해외펀드 비과세 조치가 한시 적용된 지난 2007년 6월 하루에도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해외 주식형 펀드로 몰렸다. 신흥국 증시에 대한 기대감과 비과세 혜택이 맞물려 폭발적인 효과를 거둔 것이다. 반면 지난달 29일 9년 만에 부활한 비과세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한 달 동안 2,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앞으로 자금 유입에 가속도가 붙는다 해도 2007년의 열기는 도저히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금융투자업계의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비과세 해외펀드의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가입 가능한 상품을 늘리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까지 개설된 비과세 해외펀드 계좌 수는 약 6만여 개, 순납입금 규모는 약 2,000억원대로 추정된다. 비과세 해외펀드가 출시된 후 약 한 달 동안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의 약 1% 가량에 불과한 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선 “초반 흥행에는 실패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자산운용사 마케팅 임원은 “2007년과 비교하면 워낙 시장 상황도 좋지 않고 변동성도 높아 투자자들이 생각보다 몰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지난 14일 출시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비과세 해외펀드의 흥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비슷한 취지의 비과세 상품이 2주 간격으로 출시되다 보니 금융 소비자들의 관심이 분산됐다는 분석이다. 또 기존펀드를 해지하고 전용계좌로 재가입해야 하는 탓에 수수료 부담도 발목을 잡고 있다.
다만 아직 초기인 만큼 앞으로의 성과에 기대를 거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비과세 해외펀드는 주식 매매차익뿐만 아니라 환차익(각각 15.4%)에도 비과세 혜택을 준다. 해외 장기투자, 분산투자를 촉진한다는 취지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아직 전체 자산 중 금융자산과 해외주식의 비중이 낮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등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 2007년 만한 열기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저금리 속 비과세 혜택은 놓쳐선 안 될 투자 기회로 장기 성장성이라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비과세 해외펀드의 쏠림 현상과 한정된 편입 종목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310개 비과세 해외펀드 중 중국 투자 펀드는 92개에 달한다.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도 60개로 선진국 투자 펀드(6개)를 크게 웃돈다.
오온수 현대증권 글로벌자산전략 팀장은 “실제 판매 현황을 봐도 특정 국가에 대한 쏠림 현상이 여전히 해소되고 있지 않다”며 “특정 지역, 스타일에 대한 집중투자는 원칙적으로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주식형펀드뿐만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도 중국에 쏠려있다. 현재 비과세 해외펀드에 편입 가능한 ETF 11개 중 중국 투자 상품은 6개에 달한다. 중국을 제외하고도 일본, 미국, 라틴 등 투자 가능 지역이 제한적이다.
편입 가능한 상품이 11개에 불과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편입 종목이 협소한 이유는 일반적인 해외지수 연계 ETF 중에서도 자산운용사가 비과세 해외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약관을 고쳐 금융당국에 허락을 받아야 하고 지수 움직임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과 지수와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 상품 등이 빠졌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ETF의 경우 수수료가 0.7% 수준으로 일반 펀드의 절반이라 장기투자에 적합하지만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주희·박민주기자ginger@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