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는 200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보)을 2.33%p(57만980표)차로 간신히 따돌리고 승리를 거뒀다. 더민주가 새누리당보다 더 얻은 표 가운데 절반 가량인 25만여표가 충청권에서 나왔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2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충청도로 행정수도를 이전하겠다는 공약이 없었다면 없었을 표들”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더민주가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겠다는 제2의 ‘수도 이전 공약’을 들고 온 배경이 결국은 충청권 표심 때문인 것으로 본다. 총선은 물론 대선까지 겨냥한 승부수다.
우선 충청권의 대표적인 격전지인 세종시의 주요 대진표에서 더민주의 이름은 현재 사라진 상태다. 세종시의 터줏대감인 이해찬 전 더민주 의원의 탈당으로 세종시는 새누리당의 박종준 새누리당 후보와 이해찬 전 의원의 대결로 치러질 전망이다. 세종시에 국회를 통째로 이전하겠다고 약속해 세종시를 잡고 나아가 충청권을 석권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김용철 교수는 “국회가 세종시로 내려가면 지금보다 더 큰 행정 비효율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국정운영의 중심은 대통령이 머무는 곳이 될 수밖에 없다”며 “행정부 공무원 뿐 아니라 입법부 공무원과 1인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마저 세종시와 서울을 오가는 엄청난 행정낭비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누리당의 핵심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공약”이라고 선을 그었다. 핵심 관계자는 “입법부가 내려가서 행정 비효율이 해소된다면 충청권 표심을 잡는데도 도움이 되는데 집권여당에서 왜 추진하지 않았겠냐”며 반문했다. 그는 “이런 포퓰리즘 공약에 국민들이 더이상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더민주는 제1야당으로서 국회 이전 같은 무책임한 공약을 철회하고 책임있는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지난해 정기국회 국정감사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17개 행정부처는 783억여원을 세종시 이전에 따른 국내 출장비와 출퇴근비로 길거리에 흘려보냈다. 더민주는 입법부인 국회가 세종시로 내려가면 이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더해 세종시로 이전하는 입법부 공무원들의 수요로 지역균형발전에도 보탬이 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행정낭비를 초래할 뿐이라는 비판이 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