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흡연경고 그림






지난 2002년 TV 금연광고에 코미디언 이주일이 나왔다. 중절모를 쓴 채 핼쑥한 모습으로 등장한 그에게서 더 이상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연예인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 저도 하루 두 갑씩 피웠습니다. 이제는 정말 후회됩니다. 일 년 전에만 끊었어도 말입니다… 흡연은 가정을 파괴합니다. 국민 여러분 담배 끊어야 합니다.” 광고에서 유언과도 같은 경고를 전한 넉 달 후 그는 폐암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당시로는 충격적이었던 이 광고로 70%에 육박했던 우리나라의 남성 흡연율은 50%대로 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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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폐렴 하나 주세요’ 같은 금연광고까지 등장했지만 아직도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흡연에 관대한 편이다. 담뱃갑에도 기껏해야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 일단 흡연하게 되면 끊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정도의 고상한 경고문이 붙어 있을 따름이다. 하지만 외국은 사정이 다르다. 미국에서는 1999년 두 딸을 둔 29세 어머니가 폐암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담은 광고를 인기 드라마 중간에 내보내 흡연의 폐해를 경고했다. 2001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담뱃갑에 흡연 경고 그림을 붙인 캐나다에서는 담배를 사는 것이 공포 자체다. 손에 닿는 담뱃갑마다 수많은 암덩어리로 새하얗게 변한 혓바닥, 마치 미라처럼 말라버린 폐암 환자, 이가 다 빠져 마치 해골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드는 흡연자 사진 등으로 가득 차 있으니 그럴 수밖에. 경고 그림을 도입한 해에만 캐나다 애연가 중 60만 명 이상이 담배를 끊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12월23일부터 부착이 의무화된 흡연 경고 그림 10개를 공개했다. 폐 수술을 받고 목에 구멍이 뚫리거나 구강암 등 하나같이 무서운 사진들이다. 담뱃갑 앞뒷면의 30% 이상이 돼야 하고 담배를 진열할 때 그림이 가려져서도 안 된다고 했다. 효과가 없지는 않을 터다. 하지만 과연 기대만큼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주위에는 담배를 수년간 끊었다가도 다시 피우는 사람이 종종 눈에 띈다. ‘세상이 담배를 부른다’는 것이 그들의 항변이다. 핑계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송영규 논설위원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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