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시험설비로 승승장구하던 테시스는 올 초 자동차동력 측정장치 분야 글로벌 톱플레이어인 영국 프루드호프만과 아시아 시장 진출을 겨냥한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설립 직후 중국 측 공공기관과 회사 연매출에 육박하는 약 100억원의 수출계약이 확정단계로 접어들면서 기존 화성 공장 생산만으로는 수출물량을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한 성삼모 테시스 대표는 새 공장 확보에 나섰다. 그가 새 공장 부지로 매입하기로 한 곳은 현재 공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9,000㎡ 규모의 부지. 각종 인허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공장 설립을 눈앞에 두고 있던 이 회사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단계에서 뜻하지 않은 장애를 만나 공장 설립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놓였다. 매입을 추진 중인 부지에 문화재 가치가 있고 주변 자연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못한 것. 성 대표는 "부지 매입 선입금과 진입로 확보를 위한 신규 부지 매입, 나무 매립 등 이미 사용한 비용만도 10억원에 달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올해 1년 동안 입지 문제로 씨름하다 시간을 낭비해 중국 측과의 계약 취소는 물론 최근 문의가 들어오는 대형 계약 문의까지 모두 좌초될 위기에 놓인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손톱 밑 가시 뽑기에 나서고 있지만 '숨은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인들이 적지 않다. 국무조정실이 올해 발굴한 4,222개의 지자체 규제 가운데 조례에 근거를 둔 것은 3,618건으로 전체의 85.7%에 달했다. 또 상위법령과 일치하지 않는 지자체 규제도 2,683건이나 됐다. 이처럼 지자체의 숨은 규제로 외자 유치가 물거품이 되거나 경영활동에 지장을 받는 것은 물론 폐업 위기에 몰린 중소기업인이 속출하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43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각종 규제로 인한 피해 사항 중 매출 감소(35.3%, 복수응답)가 1위를 차지했으며 각종 부담금 등 추가 비용 지출(30.0%), 사업확장 포기 및 연기(18.1%), 인력채용 포기(17.7%), 기술개발 포기(7.4%), 시간과 인력 등 행정력 낭비(5.1%)를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창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경영활동에 방해가 되는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와 구체적인 실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산업정책본부장은 "최근 정부의 고용영향평가 결과를 보면 일자리를 만드는 데는 재정투입보다 규제 완화가 훨씬 더 낫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우리 경제가 3%대 저성장 국면을 극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규제개혁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조이현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겉으로 드러나는 등록규제는 양적 기준으로 대부분 해소됐지만 지자체의 수많은 조례나 행정관례로 이뤄지는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 등 보이지 않는 규제는 기업인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민정·박진용기자 jmin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