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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시대에 적응하는 탄력적인 건축물...'게스트하우스 리븐델’

‘주거+펜션’의 열린 공간…‘쓰임새의 한계’를 넘어서다

북한강을 앞에 두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리븐델’ 전경. 필로티 구조와 같은 공간 활용을 통해 사람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사진제공=이뎀도시건축북한강을 앞에 두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리븐델’ 전경. 필로티 구조와 같은 공간 활용을 통해 사람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사진제공=이뎀도시건축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주도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구엘 공원’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한 건축물로 유명하다. 지난 1900년에 건축되기 시작한 구엘 공원은 당초 주택단지로 지을 계획이었다. 실제 에우세비 구엘 백작의 저택도 구엘 공원 안에 자리 잡고 있다. 가우디의 후원자였던 구엘 백작은 스페인 부유층을 위한 고급주택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이 같은 구엘과 가우디의 꿈은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가우디의 건축물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후 이 땅을 사들인 바르셀로나 시의회는 미완성으로 남은 가우디의 건축물을 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비록 처음 계획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구엘 공원은 1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카탈루냐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건축물이자 공간으로 남아 있다. 가우디의 건축물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탄력적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건축가라면 누구나 자신의 건축물이 오래도록 보존되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기를 원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은 이처럼 건축물이 긴 생명을 이어가기 쉽지 않은 시대에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이 오래도록 쓰이고 가치를 인정받기를 원하는 설계자의 바람이 깃든 건축물이다.

■ 생명력 긴 탄력적인 건축물

환경친화적 노출콘크리트 구조

계절에 따라 각양각색의 매력 발산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의 용도는 주택이자 숙박시설이다. 애초에는 건축주가 가족 구성원들만을 위한 주거 공간으로 설계를 의뢰했다. 하지만 설계자인 곽희수 이뎀도시건축 대표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주택으로만 용도를 한정할 경우 시간이 흐른 후 건축물의 쓰임새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곽 대표는 “건축주가 설계를 의뢰할 당시에는 가족 구성원들이 많아 문제가 없었지만 가족의 규모가 작아질 때를 생각했다”며 “이를 감안해 일부 공간을 방문객들을 위한 숙박시설로 사용할 것을 제안했고 그렇게 해서 ‘게스트하우스’라는 이름을 붙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주거가 가능하면서 펜션 기능도 갖춘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이다.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의 외부 마감은 ‘노출 콘크리트’로 돼 있다. 노출 콘크리트는 곽 대표가 설계하는 건축물의 주재료이기도 하다.

그가 노출 콘크리트를 선호하는 것은 재료의 성질이 건축물로 하여금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곽 대표는 “건축물이라는 덩어리 자체가 변하지 않는 형태를 의미하는데 노출 콘크리트라는 재료는 중성적이면서도 주형이 가능한 유연한 재료”라고 말했다. 이어 “주변의 변화가 생기면 조형의 느낌도 달라지는 등 주변 환경과 친화력이 좋은 재료”라고 강조했다. 실제 가평의 자연 속에 녹아든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필로티는 현관과 차양의 기능을 통합하고 다양한 장소성을 구현한다. /사진제공=이뎀도시건축필로티는 현관과 차양의 기능을 통합하고 다양한 장소성을 구현한다. /사진제공=이뎀도시건축


■ 자본의 공공성을 추구

폐쇄적 개인 공간 넘어 공공성 추구

일반인에게도 개방해 특별한 경험 제공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의 설계자인 곽 대표는 고소영·원빈 등 유명 연예인들의 건축물을 많이 설계한 건축가로도 유명하다. 곽 대표 스스로 자신을 가리켜 ‘건축주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설계자’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언뜻 보면 게스트하우스 리븐델도 이 같은 돈 많은 건축주의 개인적인 욕망을 구현하는 데 충실한 건축물로 비칠 수 있다. 실제 건축주가 직접 지은 이름 ‘리븐델’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요정들이 사는 아름다운 마을로 그려진다.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을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건축주의 염원이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곽 대표는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이 사적 전유물로만 남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도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하루를 보내기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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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갈수록 주거 비용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면서 최소 주택, 비용이 적게 드는 컨테이너 주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평범한 직장인들이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공공적 성격의 주택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부잣집에서 살고 싶은 욕구도 채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공적 성격에서 보면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은 돈을 번 사람이 좋은 땅에 좋은 건물을 지어 일반인들에게 빌려주고 이를 통해 일반인들이 새로운 공간과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하게 해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본으로 누릴 수 있는 풍부한 공간감을 일반 사람들도 공유할 수 있도록 상생의 건축을 추구하는 것이다.

상부 손님방과 하부 멀티룸은 주인과 손님의 친밀한 관계를 보여준다. /사진제공=이뎀도시건축상부 손님방과 하부 멀티룸은 주인과 손님의 친밀한 관계를 보여준다. /사진제공=이뎀도시건축




실타래처럼 풀어진 계단과 긴 복도는 실내 산책 공간처럼 느껴진다./사진제공=이뎀도시건축실타래처럼 풀어진 계단과 긴 복도는 실내 산책 공간처럼 느껴진다./사진제공=이뎀도시건축


■ 무한대로 변형되는 공간, 다양한 경험을 제공

1층 공중으로 튀어나온 필로티 설계

공간을 비움으로써 무한한 상상력 자극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공중으로 툭 튀어나온 ‘필로티(건축물 하단부를 기둥만 세우고 비워둔 구조)’다. 이로 인해 1층의 비어 있는 공간은 그 자체로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시키고 다양한 가능성을 품게 된다. 필로티는 곽 대표 건축물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이 같은 필로티 구조로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은 한눈에 봐도 네모 반듯하고 재미없는 건축물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필로티를 포함해 건축물 곳곳에 ‘공간(space)’을 해석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눈에 띈다. 그는 이 같은 건축물의 특징을 ‘공간의 트랜스포밍(transforming)’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고 해서 곽 대표가 사람들에게 공간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특정한 방법을 지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곽 대표는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의 다양한 열린 공간에서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만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써내려가기를 원한다.

그는 “아파트와 같은 건축물은 사용자들이 남향을 보도록 가리키는 등 지시하는 특징을 가진 반면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은 사용자 스스로 공간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각자가 생각하는 장소성을 부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설계자 곽희수>

휴식 선사 하는 건축물.. ‘한국적 리트리트’ 추구



곽희수(사진) 이뎀도시건축 대표는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인물이다. 이는 그가 걸어온 이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곽 대표는 학부를 졸업한 후 한 대형 건축사무소에서 3년간 일을 한 후 바로 자신의 사무실을 차렸다. 대형 건축사무소의 관습적이고 반복되는 업무에 지루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일찍부터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고 싶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그는 ‘필로티’와 ‘노출 콘크리트’를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뚜렷하게 정립해왔다.



특히 그는 필로티에 대해 한국 전통 건축물의 특징을 계승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양 건축물들의 경우 모든 요소들을 세분화하는 반면 한국 전통 건축물은 통합이 특징”이라며 “필로티는 어떤 때는 햇빛을 막아주는 그늘이 되고, 어떤 경우에는 비를 피하는 처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기능적인 측면에서 한국 전통 건축물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곽 대표는 앞으로 그가 추구해야 할 방향성을 한국적 ‘리트리트(retreat)’라고 표현했다. 리트리트는 ‘피정(避靜)’, 즉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현재 한국에는 한국인들에게 맞는 리트리트 공간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곽 대표는 “아무리 해외 명품 브랜드 가방이라도 한국인의 몸에 맞지 않으면 불편하기 마련인 것처럼 펜션과 같은 리트리트 공간도 마찬가지”라며 “현재 국내에는 이 같은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인들에 맞는 한국적 리트리트 공간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현재 강원도 홍천에서 ‘유리트리트’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고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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