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아태 유통부문 대표
필자 주변에는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를 손꼽아 기다려 잊지 않고 챙겨보는 열혈팬이 몇 있다. 매번 관전평도 잊지 않는다. 주변인들에게 나름의 분석을 쏟아내는가 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입소문을 내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고객을 이른바 ‘사도 고객(apostle consumer)’이라고 부른다. 누군가 보낸 사람, 즉 신이 보낸 사람을 뜻하는 ‘사도’라는 말이 과장되지 않을 만큼 이들은 특정 브랜드에 무한한 신뢰와 충성심·애정을 드러낸다. 또 주변에 전도하기도 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사도 고객을 얼마나 거느리고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경험에 따르면 2%의 사도 고객이 기업 매출의 20%를 담당하고 총 매출의 80%를 견인하며 기업 수익에 150% 기여한다. 즉 소수의 사도 고객이 다른 소비자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일반 고객을 사도 고객으로 바꿀 만한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달러 규모의 소비재 기업은 1만여개에 달하지만 이 중 사도 고객을 거느렸다고 볼 수 있는 브랜드는 100개 정도뿐이다. 애플·아마존·스타벅스·넷플릭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 브랜드들이 거느린 사도 고객의 가치는 이들이 실제 제품을 구매하는 액수보다 훨씬 크다.
그럼 일반 고객을 사도 고객으로 바꿀 방법은 뭘까.
첫째, 고객이 원하는 것을 묻지 말고 원하게 만들어라.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전화기를 들고 다니며 통화하기를 원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애플의 제품이라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고객들을 보라. 고객이 원하도록 만드는 브랜드 전략이 사도 고객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 고객의 불만을 간과하지 말라. 유통업체 홈디포는 고객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개선했다. 매장 내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이 부족하고 결제하기 위해 장시간 줄을 서야 했다. 홈디포는 매장 내 직원들의 부수적 업무를 과감히 줄여 대부분 시간을 고객 응대에 쓰도록 했고 결제를 간편화해 대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소비자의 요구에 구체적이면서 직접적으로 대응하고 정곡을 찌르는 브랜드가 사도 고객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직원을 사도 고객으로 만들어야 한다. 직원도 고객이다. ‘일하고 싶은 직장’ 조사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있다. 물론 그 척도는 기업마다, 개인마다 다르다. 하지만 충성도 없는 직원이 사도 고객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사도 고객은 성공적인 브랜드의 새로운 클래스다. 사도 고객을 거느린 브랜드 보유 기업은 차별화되고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