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에 허 전 사장이 “삼류 정치공작”이라며 강력히 반발하면서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비리 의혹이 진실공방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결국 허 전 사장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6일) 결과에 따라 ‘대형 비리수사’의 신호탄이 될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 ‘정치적 수사’로 전락할 수도 있어 법원 결정에 따라 한쪽은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5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통상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을 경우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만큼 허 전 사장의 구속 기소 여부에 의해 향후 수사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영장이 발부되면 검찰 수사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질 것”이라며 “추가 관련자 소환이 이뤄지면 비자금 액수와 용처 등의 내용이 생각보다 이른 시일 내에 드러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 사유로 밝힌 ‘2,000만원 상당의 금품 수수와 지난 2011년 11월~2014년 9월 1억7,600만원가량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범죄사실로 법원이 받아들이면 해당 불법자금 수사 대상과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 2월부터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진술 등 확실한 증거를 잡아 허 전 사장에 대한 수사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만큼 혐의 입증에 검찰이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허 전 사장이 “정치탄압”을 주장하며 자신의 혐의에 대해 공개적으로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만큼 구속영장 발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사 자체가 좌초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결과에서 명시될 사유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법원의 구속영장심사를 하루 앞둔 이날 허 전 사장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제가) 뇌물·정치자금 수수라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는 건 어처구니없는 모함”이라고 혐의 자체를 전면 부인했다. 특히 그는 ‘친박 무죄, 비박 무죄’라는 말까지 언급하며 “저는 정치게임의 희생자”라고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검찰이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하면서 자신을 범죄자로 몰고 있다는 논리다. 구속 기소 여부가 결정되기 하루 전에 검찰이 제시한 혐의를 재차 부인하면서 2월 이후 빠르게 진행된 수사 자체에 의문을 강하게 제기한 셈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심우정 부장검사)는 허 전 사장 소환조사 후 나흘 만인 4일 뇌물 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11년 용산 사업 과정에서 폐기물처리업체 W사를 운영하던 측근 손씨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허 전 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6일 오전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판사 심리로 진행된다. /권대경·안현덕기자 kw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