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기술을 유출할 경우 피해금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된다. 영업비밀 침해 시 부과하는 벌금도 지금보다 10배나 인상된다. 기술 유출 사건의 빠른 수사를 위해 17개 전국지방경찰청에 전담 수사팀도 꾸려지는 등 중소기업의 기술보호를 위한 전방위 활동이 펼쳐진다.
정부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구자열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장(LS그룹 회장)의 공동 주재로 ‘제16차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 기술보호 종합대책’을 심의·확정했다. 이는 정부의 ‘부패방지 4대 프로젝트’의 하나로 중소기업 기술 탈취 방지를 위해 국무조정실·국가지식재산위·법무부·산업통상자원부·공정거래위원회·중소기업청·경찰청·특허청 등 8개 부처가 참여한 최초의 부처 합동대책이다.
중소기업 기술보호 종합대책의 핵심 키워드는 ‘권리보호’와 ‘처리강화’다. 정부는 우선 악의적인 영업비밀 침해로 생긴 손해금액을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이르면 오는 10월에 도입한다. 영업비밀을 침해할 경우 부과하는 벌금도 10배 상향 조정한다. 이에 따라 영업비밀을 국내에서 해외로 유출했을 때 벌금은 기존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국내 기업 간 영업비밀이 샜을 경우는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인상된다.
기술 유출 사고를 조기에 파악해 수사하고 신속하게 판결해 피해기업을 적기에 구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대표적인 부분이 수사 전문성 강화로 경찰청은 내년 상반기까지 17개 전국 경찰청에 ‘산업기술유출전담수사팀’을 개설한다. 이에 맞춰 중소기업청은 현재 운영 중인 중소기업 기술보호 통합 상담센터가 피해 신고를 접수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대하고 경찰청 산업기술유출전담수사팀과 핫라인도 구축해 수집한 증거 자료를 신속하게 전달할 계획이다. 법원도 앞으로 기술유출 사건에 대해 형사사건 관할을 고등법원 소재 지방법원에 집중하고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도록 하는 ‘집중심리제’를 2·4분기부터 도입한다. 그동안 대부분 중소기업이 특허나 영업비밀 침해 사건이 있을 때 가처분 제도를 주로 활용해왔으나 판결까지 통상 1년 가까이 걸려 피해 구제가 어려웠다는 이유에서다. 이외에도 해외로 진출하는 중소기업들의 기술 보호를 돕고자 현재 중국·미국·일본·태국·베트남·독일에 설치된 해외지식재산센터(IP 데스크)를 확대하고 소송 보험 가입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해외기술유출 방지를 위해 로봇·에너지 등 신성장 산업분야와 철강·조선 등에 대해서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관리하기로 했다.
이처럼 정부가 대대적인 중소기업 기술보호에 나선 이유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산업기술 유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다 피해가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이 적발한 기술 유출 사건은 98건으로 2014년(40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2010~2015년 사이 적발한 산업기술 유출 사건 570건 가운데 중소기업이 피해를 당한 사건이 85%를 차지한다.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의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봐도 중소기업 1곳당 기술 유출 피해액은 2012년 25억원에서 2014년 37억원으로 급증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중소기업의 우수한 기술을 제대로 보호하는 것은 창조경제의 핵심이자, 중소기업 경쟁력 확보의 밑바탕”이라며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불법적인 기술 탈취 행태를 근절하고 공정한 기술거래 질서를 확립해 실효성 있게 구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현덕·이완기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