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현대상선 "해운업은 국가비상시 4군 역할"

정부지원 필요성 강조

법정관리 위기 벗어나고자

국가의 전략사업 특성 서술

18년만에 사업보고서 수정





현대상선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용선료(선박 임대료) 인하와 회사채 만기 연장 등 채무 조정에 사활을 건 가운데, 18년만에 사업보고서를 수정해 ‘해운업의 국가적 순기능’을 강조하고 나섰다. 단순히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라 평시에는 에너지 등 전략물자를 수송하고 전시에는 군수품과 병력을 나르는 점을 들어 사업 존속과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경제신문이 6일 현대상선이 지난달 말 발표한 2015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해운업의 국가적 기능을 서술한 부분이 이전 보고서보다 대폭 강화됐다.

현대상선은 해운업의 특성 부분에 “국가 전략 물자로 분류되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철광석, 원자력 연로봉 등 에너지 물자의 100%를 운송하는 국가의 전략사업이고 국가 비상사태 발생 시 군수품과 전략물자, 병력을 수송하는 제4군(軍)의 역할도 맡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5년 3·4분기 보고서에서 “국민경제의 성장에 필수적인 원자재·수출입상품의 운송을 담당하는 관계로 국가의 주요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며 본업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부가적 기능 정도로만 설명한 점을 고려하면 큰 차이다.

산업의 성장성 항목에도 “반도체와 석유제품, 철강, 자동차, 조선 등과 함께 6대 외화가득(벌이)산업으로 미래 국가 성장동력이자 국부창출의 원천”이라는 문구가 더해졌다.

보고서 전반에 △국가 전략사업 △제4군(軍) △국부창출의 원천 같은 국가적 기능 설명이 상당히 두드러진 셈이다.


현대상선은 이와 관련 “해운업의 특성에 대해 이미 알려진 일반적인 내용”이라며 “담당 부서에서 내용을 충실하게 보완한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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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대상선이 최근 채권단과 조건부 자율협약을 맺고 이달 중순까지 반드시 용선료를 낮춰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국가적 기능이 강조된 것은 양대 국적선사 체제 유지와 해운업에 대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촉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기업들이 사업보고서에서 업계의 현황은 크게 손보지 않는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현대상선만 봐도 전자공시로 열람할 수 있는 1998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70회 가까이 보고서를 갱신하며 산업 설명은 띄어쓰기와 어미 정도만 바꿨을 뿐 이번 같은 수정 사례는 찾을 수 없다.

또 변경된 사업 보고서 내용은 증자나 채권발행 같은 자금 조달용 투자설명서에도 반영되므로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들이 두루 참조하기 때문에 현대상선 존속의 당위성을 알리는 효과도 생긴다.

지금까지 해운업계는 한국선주협회를 앞세워 간접적으로 국가적 기능 같은 해운업 특성을 고려한 정부 지원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를 피하기 위해 이달 중 반드시 용선료 조정과 사채 만기 연장 같은 만만치 않은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면서 직접 국가적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상선은 이번 보고서에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등 주력 사업 회복의 의지도 담았다.

컨테이너부문은 현대상선이 소속된 해운동맹(얼라이언스) ‘G6’와 협력을 확대하고 고수익 화물을 늘리며 비용절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선사들이 적정 운임을 유지하기 위해 매달 초 일괄적으로 운임을 올리는 GRI는 최근 유명무실화하고 있는 만큼 주요 운용 전략에서는 뺐다. 유조선부문은 시장 반등기를 활용한 선박 임대영업과 운항 효율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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