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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소통과 균형의 美가 만난 건축물…‘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전통과 현대, 사람 사이를 잇는 문화의 寶庫

도로변 방향의 미술관은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놓인 듯 웅장한 모습이지만 반대편 화성행궁 쪽은 크기가 차츰 줄어들면서 적절하게 주변과 어울려 간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전경. /사진제공=간삼건축도로변 방향의 미술관은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놓인 듯 웅장한 모습이지만 반대편 화성행궁 쪽은 크기가 차츰 줄어들면서 적절하게 주변과 어울려 간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전경. /사진제공=간삼건축







광장은 다양한 욕망의 분출구다. 그래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광장은 대부분 ‘선(善)’한 곳이다. 화성행궁은 조선시대 최대 ‘행궁’이라는 역사적 의미 외에도 아버지를 잃은 ‘정조’의 슬픔을 품고 있는 우리 선조의 이야기가 살아 있는 곳이다. 모두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를 품고 있는 곳이지만 이 둘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그 사이에 지어야 하는 현대 미술관의 입장은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광장의 자유로움과 어수선함을 정돈할 정도로 위엄도 있어야 하지만 행궁의 그것을 뛰어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전통에 머리를 숙여야 하지만 너무 위축돼서도 안 된다. 수원 최초의 시립 미술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그 경계에 있으면서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도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동시에 로비를 없애는 등 도시와 바로 소통하는 건축물로 평가되고 있다.



● 광장·행궁 사이 균형 잡은 미술관

삼면이 통유리 … 울타리 없는 동네 사랑방



설계자인 진교남 간삼건축 디자인2부문장은 우선 미술관에서 권위를 벗겨냈기를 원했다. 폐쇄적인 공간이 아닌 동네 사랑방 같은 소통의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그것이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첫 번째 특징이었다.

삼면을 둘러싼 통유리와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입구, 그리고 내부를 통하지 않고서도 미술관의 외부 꼭대기까지 ‘쭉’ 이어진 계단은 미술관에 오고 감을 막는 울타리가 없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종의 ‘시그널’이다.

두 번째는 행궁과 광장 그리고 그 사이에서 미술관의 역할을 정하는 일이었다. 행궁 앞쪽으로 펼쳐진 황량할 정도의 넓은 광장은 시민 문화생활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했다. 대신 행궁에 대해서는 머리를 숙여야 했다.

설계자에 따르면 처음에는 행궁과 비교해 훨씬 큰 건물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서적이거나 제도적으로 행궁보다 더 웅장하거나 규모가 커서는 안 됐다. 결국 미술관은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지어졌다. 화성행궁 주변의 고도제한이 11m였기 때문에 이 이상 높이는 것도 불가능했다.

전반적인 건물 외관은 단순한 형태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오목한 육각형의 모습을 하고 있다. 두 개의 사각형을 겹친 듯한 모습이지만 아주 특색 있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도로변에 접한 부분은 콘크리트 덩어리를 올려놓은 듯 웅장하다. 하지만 반대편인 행궁과 맞닿은 부분은 스스로를 낮추고 있었다.

시(詩)적 표현 기법에 점강법이 있듯 건물의 높이도 도로변에서 행궁으로 다가오면서 마치 계단처럼 조금씩 낮아졌다. 대체로 건물 위쪽은 콘크리트인 반면 아래 부분은 통유리창으로 디자인했다. 진 부문장은 “미술관 부지는 해바라기가 여기저기 심어져 있는 정리가 안 된 나대지였다”며 “옛 지적도와 지도를 참고해 미술관이 행궁과 광장을 ‘위요’하는 모습으로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미술관은 전시실을 제외하고는 자연광을 주로 써서 내부를 밝히고 있다. 통유리는 복도를 걷다가 언제나 도시의 풍광을 바라볼 수 있게 해 미술관이 도시와 단절된 곳이 아닌 연결된 장소임을 인식하게 한다. /박성호기자미술관은 전시실을 제외하고는 자연광을 주로 써서 내부를 밝히고 있다. 통유리는 복도를 걷다가 언제나 도시의 풍광을 바라볼 수 있게 해 미술관이 도시와 단절된 곳이 아닌 연결된 장소임을 인식하게 한다. /박성호기자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내부에는 별도의 로비를 두지 않았다. 세 곳의 문으로 들어온 시민들은 이리저리 이어진 통로를 따라 걷다 보면 미술관 뒤편 카페테리아로 모이게 된다. /박성호기자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내부에는 별도의 로비를 두지 않았다. 세 곳의 문으로 들어온 시민들은 이리저리 이어진 통로를 따라 걷다 보면 미술관 뒤편 카페테리아로 모이게 된다. /박성호기자


● 분절된 공간과 통로…미술관 속으로 이어진 도시

1층부터 꼭대기까지 골목 같은 통로 이어져




미술관 안팎은 모두 송판 무늬가 새겨진 콘크리트로 마감됐다. 딱딱함과 차가움 등 콘크리트가 주는 여러 가지 느낌에 우리에게 익숙한 나무 무늬가 더해져 건물 전체가 현대와 전통이 조화를 이루는 느낌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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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은 크게 세 덩어리로 나뉘어 있다. 그리고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1층에서 건물의 꼭대기와 하늘까지 이어진 통로(골목)가 설치돼 있다. 그리고 통로에 서 있으면 미술관 어느 곳에서든지 밖으로 난 창을 통해 미술관을 둘러싼 도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미술관의 복도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수원 어느 동네의 좁은 골목에 서서 수원시를 바라보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이 미술관의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자연광을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선의 벽면에서 천장까지 시선을 이동하면 천장의 일부가 투명하게 뚫려 있다. 이 부분에서 스며드는 빛이 미술관 내부를 은근하게 밝혀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도시에는 지형과 기능에 따라 구획이 나뉜다. 공장이 몰려 있는 곳이 있고 상가가 집중된 곳이 있다. 대부분 이런 구분은 인위적으로 진행된다. 일반적인 건축물도 마찬가지다. 입구 바로 다음에는 로비가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다른 정해진 공간으로 이동하게 된다.

하지만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는 로비가 없다. 설계자는 이를 두고 의도적으로 비켜갔다고 설명했다.

로비 대신 통로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역사공원과 맞닿아 있는 미술관 뒷공간으로 모이게 된다. 이 공간 1층에는 카페테리아가 있고 2층에는 도서관이 있다. 로비의 역할을 카페테리아와 도서관이 대신하게 했다. 진 부문장은 “미술관의 벽은 전시를 위한 벽이고 미술관 사이의 통로는 도시의 한 부분이 됐으면 했다”고 말했다. /수원=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주요 마감재인 송판 무늬 콘크리트. 무겁고 차가운 느낌의 콘크리트 재질이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나무 무늬가 새겨져 있어 다양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박성호기자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주요 마감재인 송판 무늬 콘크리트. 무겁고 차가운 느낌의 콘크리트 재질이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나무 무늬가 새겨져 있어 다양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박성호기자


■ 인터뷰- 설계자 진교남 간삼건축 디자인2부문장

“시간과 공간을 떠나 시대정신 담아내기 위해 노력”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고민은 쉽게 끝나지도, 결코 가볍지도 않았습니다. 디자인이 현대적이어야 할지, 전통적이어야 할지 등 정답이 없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고민 끝에 두 가지 선택지 중 결국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을 떠나 시대 정신을 담는 것에 가장 큰 무게를 뒀습니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설계자인 진교남(사진) 간삼건축 디자인2부문장은 이같이 건물에 대해 평가했다. 그는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의 제자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반인의 눈에 그의 건축은 이타미 준과는 많이 달라 보인다.

특히 이타미 준의 뛰어난 조형미는 그의 작품에서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편이다. 그는 이런 의견에 대해 “건축가에게 어느 학교, 어느 선생에게 배웠는가는 상당히 중요하다. 건축가에게 있어 전체적이고 개념적인 것을 결정하고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며 “이타미 선생에게 물성(物性)에 대해 사유하는 방법을 통째로 보고 배웠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물성에 대한 사유는 상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건축 재료에 대한 선입견이 아니라 재료가 어떤 상태 혹은 어떤 공간에서 우리에게 어떻게 느껴질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보는 것이다.

예컨대 같은 스테인리스 스틸이라고 하더라도 주방에서 보는 스테인리스 스틸과 모래 위에 덩어리째 놓여 있는 스테인리스 스틸은 무게감이나 질감, 그리고 존재감까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진 부문장은 “이타미 선생이 감성을 일깨워줬고 그런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셨다”며 “또 다른 건축의 영역이었으며 제 나름대로의 사고방식과 관점으로 계속 그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름다운 것과 훌륭한 디자인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한한 경제적 지원을 해주고 설계자의 의도대로 모두 승인을 해주는 건축주 아래에서는 순수한 예술품은 나올 수 있지만 훌륭한 디자인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요소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훌륭한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적이든, 기능적이든, 미적이든 제약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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