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현(가명·25)씨는 A사 인적성검사에서 절반밖에 풀지 못해 탈락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합격이었다. 부족한 시간에 모르는 문제는 건너뛰고 나머지 것들을 정확하게 푼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반면 이진수(가명·28세)씨는 난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B사 인적성검사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생각했지만 탈락했다. 인성검사에서 일관성 없이 답해 본인의 성격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것이다.
서류전형 전쟁이 끝나고 10일 현대자동차를 시작으로 LG·CJ·삼성·SK 등 주요 기업이 줄줄이 인적성검사를 치른다. 기업마다 유형이 천차만별인데다 정량화된 점수가 나오지 않는 만큼 인적성검사를 앞두고 취업준비생들의 고민이 커지기 마련이다. 합격으로 이어지는 전략은 무엇일까.
우선 기업마다 차이가 있는 인적성검사 문제 유형 파악은 필수다. 인적성검사는 삼성이 지난 1995년 SSAT(현 GSAT)를 도입한 후 확산된 것으로 전반적으로 정교화하고 난도는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네이버 취업 관련 카페 ‘독하게 취업하는 사람들’에 올라온 주요 기업의 인적성 난이도를 보면 두산·현대자동차그룹·SK가 ‘상’으로 분류됐다.
두산은 특히 한자시험과 함께 짧은 시간과 긴 지문, 생소한 문제유형으로 악명(?)이 높다. 취업포털 인크루트 관계자는 “두산은 매년 문제유형이 계속 바뀌어 응시생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편”이라며 “기출문제를 분석하고 시험장에 가도 생소한 유형이 등장해 응시생들이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문항이 많고 시간도 길다. 또한 기업 인적성검사 중 유일하게 역사 에세이도 있어 응시생들의 부담이 크다. 2개 문항 중 하나를 선택해 30분간 700자 안팎으로 써야 하는데 지난해 하반기에는 ‘인류 역사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역사적 사건’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에 관해 물었다.
현대차뿐 아니라 삼성 GSAT와 CJ 인적성에서도 역사 등 인문학적 지식을 묻는 문제가 출제되는 등 인적성검사에서 계속해서 인문학적 소양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평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통찰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책이나 신문을 꾸준히 보며 사고력을 키우는 것도 좋은 준비 방법이다.
시험장에서는 한 문제를 풀기 위해 오랜 시간 공들이기보다는 한정된 시간을 고려해 푸는 ‘스킬’도 중요하다. LG Way Fit Test는 문항이 많아 시간이 모자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 문제에 고집하기보다는 빠르게 풀어야 한다. 또한 대부분 기업의 인적성검사에 있지만 지원자들이 어려워하는 시각적 사고나 도식·공간, 응용계산 문제는 한 문항을 가지고 계속 시간을 끌다 보면 전체적인 시간 배분이 어려워진다. 이럴 때는 과감하게 다음 문제로 넘어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인크루트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 GSAT의 경우 오답을 감점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모르는 문제는 빈칸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
솔직하고 일관성 있게 답해야 하는 인성검사도 무시할 수 없다. LG 관계자는 “인성검사는 인재상에 맞는 인재를 뽑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며 “‘꿈과 열정을 가지고 세계 최고에 도전하는 사람’ 등 LG 인재상을 고려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인재상에 본인을 끼워 맞추려고 하는 것은 금물이다. 인성검사 항목은 앞에서 물었던 내용을 또 묻는 경우가 많고 짧은 시간에 많은 항목을 풀어야 하므로 자연스럽게 자신의 성격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만큼 솔직하고 일관성 있게 답하는 것이 중요하다. SK의 경우 심층역량에서 무려 360개의 문항을 50분 이내에 풀어야 하는데 한 문제당 약 8초에 풀어야 하는 셈이다. SK그룹의 인재상을 미리 체크하고 푸는 것도 좋지만 자칫 거짓으로 판명될 수 있기 때문에 소신껏 빨리 푸는 것이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