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ING생명마저 中 안방보험이 차지땐 '빅3 구도' 흔들

[보험산업 재편 시작됐다]<하>말려오는 중국 자본

업계 5위 ING생명 인수하면

총자산 69조...단숨에 4위 껑충

2.3위 한화, 교보도 안심못해

'보험 노하우 자국에 적용 위한

선행학습 나선 것 아니냐" 분석도





지난 6일 중국 안방보험이 알리안츠생명 인수를 공식화하자 시장의 시선은 곧바로 ING생명으로 쏠렸다. 보험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이 여럿 나와 있기는 하지만 ING생명이 유일한 ‘대어’이기 때문이다. ING생명은 총자산 규모가 29조6,000억원으로 현재 업계 5위다. 지난해 수입보험료는 4조4,995억원, 순이익은 3,048억원으로 전년 대비 22.0%, 36.3% 성장했다. 2013년 12월 ING생명을 사들인 MBK파트너스가 매각가를 높이기 위해 영업의 고삐를 바짝 당겼다고는 하나 녹록하지 않은 보험 환경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성적표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ING생명은 조직 면에서나 영업 면에서나 굉장히 매력이 높은 매물”이라며 “다만 가격이 문제”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가 인수 당시 투자한 금액은 1조8,400억원. 현재 시장에서는 MBK파트너스가 2조원 이상을 원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2조원 이상을 ‘부담 없이’ 지를 수 있는 인수 주체는 결국 중국 자본밖에 없을 것이라 보고 있다. 동양생명·알리안츠생명에 이어 또 한 번 국내 보험사가 안방보험이나 한국 보험 시장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핑안그룹·푸싱그룹 등 중국기업에 넘어갈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중국 자본의 국내 보험 시장 침투가 거세지고 있다. 은행과 달리 증권·보험 시장에 대한 중국 자본 유입에 대해서는 금융 당국이 상대적으로 ‘관대한’ 입장이어서 현재 매물은 물론 앞으로 M&A 시장에 나올 보험사들도 자본력으로 승부하는 중국 기업의 ‘쇼핑백’에 담길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중국 자본이 보험 시장 재편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상황에 대해 국내 생보 업계는 경계심과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 지난 수십년간 변하지 않았던 ‘빅3’ 구도가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총자산 22조5,000억원), 알리안츠생명(16조7,000억원)에 이어 ING생명까지 끌어안게 된다면 합산 총자산이 68조8,000억원으로 단숨에 삼성생명(226조원), 한화생명(100조원), 교보생명(87조원)에 이은 업계 4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심지어 동양생명의 저축성보험과 온라인 채널, 알리안츠생명의 변액·보장성 보험, ING생명의 막강한 남성 설계사 조직이 새 주인의 자본력을 등에 업고 막대한 시너지를 낸다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한화·교보마저 쉽게 제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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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자본의 한국 보험 시장 진출의 목적이 공격적 영업보다는 ‘선행학습’에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국 대비 성장성도 떨어지고 IFRS4 2단계, 저금리 등 경영 환경도 좋지 않은 한국 보험 시장에서 ‘큰돈’을 벌겠다기보다는 한국 시장에서 경제성장 단계에 따른 보험산업 환경의 변화, 변화에 따른 상품 노하우 등을 배운 후 자국 시장에 적용하려는 걸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국내 보험사들이 고령화나 경제성장 등에서 10년은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일본을 연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실제로 중국 보험 시장은 고속 성장기에 진입했다. 2006년만 해도 중국의 수입보험료 규모는 707억달러로 세계 10위로 한국보다 낮았으나 2013년에는 2,801억달러로 확대되며 세계 4위로 뛰어올랐다. 연평균 21.7%씩 성장한 셈이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도 보험 침투율이 3%대 수준으로 한국의 3분의1밖에 되지 않는다. 언스트앤영(E&Y)은 중국 보험 시장이 앞으로도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며 2020년에는 5,000억달러 규모의 세계 3위 시장에 등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안방보험의 한국계 보험사 인수로 중국 경제 변화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중국 자본에 대한 감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한국경제는 중국경기 침체나 금융 불안에 따른 이차적 영향을 받았다면 이제는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감독 당국이 국내 보험 시장에 들어온 중국 보험사들에 대해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현·양철민기자 yhchung@sedaily.com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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