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총선때마다 이전 강요당하는 레미콘 공장

4·13 총선을 앞두고 서울 시내 총선 출마자들이 앞다퉈 레미콘 공장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고 한다. 지역주민들이야 공해시설의 이전을 추진한다고 하니 환영하겠지만 문제는 정작 당사자인 관련 기업과는 어떠한 논의도 진전된 것이 없이 공약화됐다는 사실이다. 오로지 표를 얻기 위해 대체부지나 보상 절차 등 아무런 대안 없이 공장 이전 이슈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레미콘 공장은 삼표레미콘의 성수동·풍납동 공장과 한일시멘트의 개봉동 공장, 천마콘크리트의 세곡동 공장, 신일씨엠의 장지동 공장 등 5곳이다. 이들 지역구의 총선 후보자들은 지금 여야 구분 없이 경쟁적으로 공장 이전을 선거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이전부지에는 특급 호텔을 유치하거나 문화시설 등을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당선만 되면 주민들의 숙원사업을 해결해주겠다는 ‘내 맘대로’ 공약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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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들 레미콘 공장은 최대 1시간30분 이내에 레미콘을 공급해야 하는 업종 특성상 최적화된 위치에 있는데다 다른 곳으로 이전하려고 해도 대체부지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다. 서울시도 지난 1996년부터 시내 레미콘 공장 이전을 추진했지만 혐오시설을 오지 못하게 하는 ‘님비(NIMBY) 현상’ 때문에 계획 자체가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삼표 성수동 공장의 경우 임대차 계약을 통해 운영 중이어서 토지소유주인 현대차그룹과도 협의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표를 얻는 데 필요하다 싶으니 제멋대로 공장 이전을 약속해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삼성과 사전협의 없이 삼성의 미래차 산업을 광주에 유치하겠다고 발표해 삼성을 당황하게 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공약 역시 마찬가지다. 선거가 아무리 중요해도 기업의 미래가 걸린 공장 이전과 투자를 맘대로 정할 수는 없다. 선거철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기업 못해 먹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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