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업엔 왜 흑인 경영진이 적을까

흑인이 최고경영진에 오르지 못하는 내막을 살펴본다.



맨해튼에 본사 옥상에 서 있는 인포 CEO 찰스 필립스.맨해튼에 본사 옥상에 서 있는 인포 CEO 찰스 필립스.


그곳은 꿈의 자리였다. 가장 높은 자리를 꿈꾸는 한 야심 찬 기업 중역의 운명을 결정할 그런 일이었다. 600억 달러 가까운 연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보건의료기업 카이저 퍼머넌트 Kaiser Permanente의 CEO 버나드 J. 타이슨 Bernard J. Tyson(57)은 “처음으로 경험한 특급 승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1992년 당시 30대 초반이었던 그가 캘리포니아 산타로사 Santa Rosa에 위치한 카이저의 새 병원 운영자로 임명된 것이었다. 그는 “모두가 병원업계 선두 주자로 여기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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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파트너 의사였던 백인 남성 리처드 스타인 Richard Stein 박사는 이 소식에 그리 기뻐하지 않았다. 타이슨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을 맞는 듯한 환영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둘은 항상 서로 의견이 달랐고, 협력이 불가능했으며, 대부분의 대화는 분노한 대치 상태로 끝났다.


타이슨은 “그가 이야기하면 내가 대응하는 식이었다”며 “경험했던 인간관계 중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일을 그르치는 게 불가피한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스타인이 타이슨에게 산책을 제안했다. 타이슨은 “스타인이 ‘솔직하게 이야기하겠다. 내가 하는 말 때문에 우리 관계가 끝날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스타인은 “흑인과 이런 방식으로 함께 일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동등한 관계로 일해본적이 없다는 뜻이었다. 뭐라 말하고, 어떻게 반응하고, 무엇을 예상해야 할지 스타인은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었다. 타이슨은 그 때 처음 깨달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함께 일해야 하는지 방법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순간 알게 되었다.”

타이슨은 스타인이 인종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한 용기를 칭찬했다. 덕분에 그들의 관계와 협업 방식은 달라졌다. 또, 타이슨이 현재 이끄는 조직 내에서 공감과 용기를 북돋워 주고 있다고 믿는 ‘통합의 철학’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그에게 도움을 주었다(그의 회사는 8개 주와 워싱턴에 18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타이슨은 “내겐 인종 문제 등 난제를 다루는 방식에 변화를 줄 기회와 의무가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공동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진실을 말할 필요가 있다.”

우선 냉엄하고 분명한 진실부터 이야기해보자. 대부분의 미국 기업에선 인종 다양성을 위한 노력이 잘 봐줘도 ‘도전’ 수준-나쁘게 보면 그저 환상에 가까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고위 경영진 상황이 심각하다. 포춘이 500대 기업을 선정한 이후 흑인 CEO는 15명에 불과했고, 그 중 5명이 현재 CEO직을 수행하고 있다(제록스 Xerox의 CEO 어설라 번스 Ursula Burns가 유일한 여성이며, 타이슨의 카이저 퍼머넌트는 비영리단체로 포춘 500대 기업 선정 대상이 아니다).

고위직이 아니라고 해서 상황이 더 나은 것도 아니다. 민주당 소속 뉴저지 주 상원의원 밥 메넨데스 Bob Menendez 사무실이 지난해 6월 발표한 기업 다양성 조사에 따르면, 흑인 남성 및 여성이 포춘 100대 기업(매출 기준 미국 상위 100개 기업) 이사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에 불과했다. 해당 조사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이 수치는 거의 변함이 없다. 중소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1,620만 명에 이르는 미국 내 중소기업 ‘관리직’ 중 흑인 비율은 6.7%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인구 전체로 봤을 때, 흑인의 비율은 그 두 배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숫자만으론 많은 흑인 중역들이 느끼는 절망감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이 경쟁을 통해 성공하고자 하는 세상에선 인종 자체가 이력서의 별표처럼 해석되고, 드러나진 않지만 승진 논의에서 암묵적인 의미를 갖는 요소로 작용하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흑인 여성이 성별과 인종 모두에 대한 편견에 직면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회사의 ‘진급 사다리’를 두고 벌이는 싸움에서 두 배나 힘든 역풍을 겪는 것이다). 그러나 흑인 남성도 꼭 집어 설명하기 어려운 일부 이유들 때문에 직장생활이 결코 쉽지가 않다-문화적 선입견, 심리적 미묘함, 인류 역사의 무게(뒤에서 좀 더 깊이 다룬다)뿐만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친 편견의 영향을 받는다.

CEO 버나드 타이슨은 “내겐 인종 문제 등을 다루는 방식을 변화시킬 기회와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CEO 버나드 타이슨은 “내겐 인종 문제 등을 다루는 방식을 변화시킬 기회와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포춘은 본 기사를 준비하며 미국 기업에서 일하는 흑인 남성만이 지니는 특수성에 집중했다. 주요 기업 이사진을 비롯해 연구원, 교육인, 인재 전문가 등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수십 명의 흑인 남성들로부터 그들의 삶과 일에 대해 들었다. 많은 이들이 인종이라는 주제, 그리고 두가지 ‘임무’를 맡아야 하는 직장에서의 압박감에 대해 이야기하길 원했다. 공식적으론 팀이나 부서를 관리하는 일을 하고, 다른 한편으론 아직 고위직에 오르지 못한 흑인들을 ‘대변’하는 일도 맡고 있다는 것이다. 조지타운대학교 맥도너 경영대학원(Mcdonough School of Business)의 데이비드 토머스 David Thomas(59) 학장은 “다양성 회의 참석을 요청 받거나, 업무와 연관 없는 행사에서 ’인종 대표‘ 역할을 맡으면 개인적으론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타이슨처럼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 중 일부는 성공한 사람들이다. 권력의 정점까지 몇 계단만 남은 사람들도 있다. 그 외에는 완전히 소외되거나 이탈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는 다소 충격적인 시각을 공유한다. 예컨대 많은 이들이 겉으로 보이는 자신의 태도를 계속 조정해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직장에 집중하되 공격적으로 보여선 안 되고, 갈망하되 위협적이어선 안 되며, 옷을 잘 입으면서도 과시적이지 않아야하고, 재능이 있더라도 너무 뛰어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인종문제가 언급되면 대화가 갑자기 중단되는(혹은 타의로 인해 마무리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또 많은 이들이 다음 흑인 세대에 대해 걱정을 한다. 그들은 다음 세대를 위한 재능 개발 방법을 직접 만들지 못하면, 업계에서 흑인의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반 세기 이상 계속된 기업 내 다양성 추구 노력-1964년 공민권법 제정 직후 처음 시작됐다-으로 얻은 결과는 이렇다. 여러 기업들이 선의를 가지고 소수인종 고용, 편견 해소 교육, 멘토링, 지원 단체 등에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자금을 투자했다. 2003년 진행된 한 조사에선 다양성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연간 80억 달러로 추정하기도 했다-최근 사업들을 고려하면 적게 잡은 수치임에 틀림없다(예컨대 인텔 한 곳만 해도 지난 해 3년에 걸쳐 3억 달러를 직원 내 성별 및 인종다양성과 기업 문화의 포용력 개선에 투자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포춘 100대 기업 중 최고 다양성 책임자(Chief Diversity Officer)를 둔 곳은 90%에 달한다. 거의 모든 주요 기업들은 직장 내 다양성 확대를 위해 신속한 정책과 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범 사례들’은 생각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UC버클리, 하버드대학교, 미네소타대학교 연구진이 1971년~2002년 708개 미국 기업에서 진행한 다양성 프로그램들을 평가한 결과, 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낸 증거를 거의 찾을 수 없었다. 대중의 지지를 받았던 여러 다양성 프로그램에 대한 백인의 반발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도 여러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 예컨대 UC 샌타바버라 캠퍼스와 워싱턴대학교의 심리학자들은 ‘최근 기업에 다양성 정책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백인 근로자들(예전에는 스스로 다양성을 옹호한다고 생각한 사람들까지)이 역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다양성 프로그램에 대한 이런 새로운 적대감은 미국 기업 내 많은 흑인들의 어려움과 예민함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이상한 형태의 딜레마에 빠진 것과 마찬가지다. 직장 내 인종 문제가 불거지면 불거질수록, 일부 흑인 중역들은 더욱 고립되고 나약해진다는 걸 느낀다. 그러나 직장 내 인종 문제가 많이 거론되지 않아도, 말을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당사자들의 경력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기 십상이다-이 때도 몇몇 흑인 중역들은 더욱 고립되고 나약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미주리 주 퍼거슨 Ferguson에서 마이클 브라운 Michael Brown이 총격으로 사망한 후, 버나드 타이슨은 흑인으로서 미국에서 살아가는 일에 대한 솔직한 글을 링크트인 LinkedIn에 남긴 바 있다. 그는 “총에 맞고 쓰러진 채로 거리에 남겨진 것, 그것이 미국 흑인 소년의 이미지였다”며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든지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이 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흑인 남성이 느꼈을 법한 감정은 언급하지 않은 채 이야기를 멈췄다. 바로 자기 자신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인종 관계를 혁신 할 시간’이라는 그의 인터넷 글은 흑인 남성으로서의 자기 경험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며 정곡을 찔렀다. 이 글의 조회수는 45만건에 가까웠고, 3,000건에 가까운 댓글과 1,000건이 넘는 트위터 멘션이 달렸다.

수많은 흑인 중역들이 자신의 직업과 피부색을 분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그 두 가지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타이슨은 최근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몇 주 동안 겪었던 일들을 들려주었다. 그는 미식축구 경기장의 개인 VIP 룸에 들어가려다 보안통제선 밖으로 끌려 나와 공개 몸수색을 당했다. 고급 식당에선 계산서에 맞는 팁을 줬다가 까칠한 훈계를 들었다. 거리를 걷다가 옆으로 스쳐 지나간 여성이 자기 백을 단단하게 쥐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CEO 타이슨은 이러한 경험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런 방식으로 스스로를 ‘노출’시키는 이유를 동료들이 물었을 때, 그는 이젠 익숙해진 자제심을 보이며 “이런 상황에 대해 진실을 말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대답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일원이었던 짐 셸턴오바마 행정부의 일원이었던 짐 셸턴


■ 흑인 엔지니어 양성하기

2014년에는 구글을 필두로 한 여러 기업이 IT 분야에서 흑인이 얼마나 소외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다양성 데이터를 발표했다. 페이스북, 구글, 링크트인, 야후, 트위터는 자사 근로자 중 흑인의 비율이 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다양성 전문가이자 사회적 영향력을 위한 케이포어 센터(Kapor Center for Social Impact)의 파트너인 프레다 케이포어 클라인 Freada Kapor Klein 박사는 IT 분야 직장이 다양성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에 대해 한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그녀는 “업계 전체가 ‘완벽한 능력주의’라는 뿌리 깊은 미신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비슷한 스펙과 옷차림을 가진 특정학교 출신의 인재를 뽑아야 한다는 자기확신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케이포어 클라인은 “이런 고정관념을 깨지 않으면 효과적인 다양성 프로그램을 구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두 명의 트위터 중역이 능력주의라는 함정을 무너뜨리기 위해 퇴사했다. 흑인 엔지니어로는 가장 직급이 높은 레슬리 마일리 Leslie Miley(나이를 밝히지 않았다)와 두 번째로 높은 임원인 마크 러키 Mark Luckie(32)가 공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 후 미디엄 Medium을 통해 트위터에서 겪었던 개인적 경험을 공개했다. 트위터가 의미 있는 방식으로 흑인 인재를 선발하고, 고용하고, 계발하는 데 실패했다는 내용이었다. 마일리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교육이나 이력을 거치지 않은 좀 더 다양한 엔지니어 후보자를 채용 과정에 포함시키려 시도했지만, 동료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고 털어놓았다. 소수인종 IT 인재를 영입하는 담당자를 두자고 제안했을 땐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고용 전술에 관해 상급자와 치열하게 논의하는 과정에선 “다양성은 좋지만 수준을 낮추고 싶지는 않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조지타운대학교 맥도너 경영대학원 학장 데이비드 토머스는 이 같은 논쟁이 ‘귀인 오류(attribution error)’의 편견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들은 백인이 뛰어난 실적을 올렸다면 그 성과 데이터를 더욱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흑인과 같은 특정 그룹으로부터 좋은 성과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성공이 인종차별 철폐조치나 행운 같은 외부적 요소 때문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흑인 프로그래머를 채용할 때, 단지 고용을 위해 ‘수준을 낮췄다’고 치부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토머스는 “이 같은 뿌리 깊은 편견 때문에 흑인 근로자가 경력을 쌓고도 회사 안팎에서 스스로 (고용)시장을 창출하거나 후원자를 찾기가 더욱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그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유색인종이 첫 관리직에 오르기까진 백인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귀인 오류라는 형태의 편견이 한 가지 요인일 수 있다.

러키는 트위터에서 언론 및 매체 관리자로 재직할 당시, 뉴욕 사무실에서부터 다양성 문제 해결을 시도했다. 그는 흑인들이 보이지 않아 의아했다. 그리고 왜 승진하지 못하는지도 궁금했다. 그는 “흑인을 원하는 리더가 없었다”며 “그렇게 수평적인 회사에서도 성장할 여지가 많지 않았다. 승진자들은 딱 그들을 관리하는 사람과 비슷해 보였다”고 주장했다(트위터의 대변인은 “회사가 적극적으로 다양성과 포용성을 증진시키고 있고 상당한 진전도 이루고 있다”고 해명했다).

러키와 마일리 모두 사내 흑인 직원 동호회 블랙버드 BlackBirds의 열성 회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 모임이 상황을 좋게 하고 발전시키는 데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러키는 장애물을 없애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비공식 프로그램 ‘흑인에게 물어보라(Ask a black guy)’를 추진하기도 했다. 그는 “판매팀에서 질문한 내용은…에센스 페스티벌 Essence Festival 등의 행사에 트위터를 활용하는 방법이나 영향력 있는 흑인이 제품 출시를 지원하는 방법 등이었다. 하지만 가수 비욘세 Beyonce‘ 에 대한 얘기와 선정적인 질문도 있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러키와 마일리는 사내에 소수인종 직원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사실이 특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트위터라는 플랫폼은 블랙 트위터 Black Twitter라고 알려진 활동적이고 열정적인 일부 사용자 그룹을 통해 전 세계 흑인 사회에서 정말로 중요한 도구가 됐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미국에서 흑인으로 산다는 현실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종종 #BlackLivesMatter 같은 임시 해시태그를 통해 소식을 전파하며 언론의 최초 보도에 기여하기도 했다. 마일리는 “블랙 트위터는 트위터 자체적으로도 사용 모범사례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러한 강력한 모임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인스타그램 Instagram에 밀리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스스로 회사의 ‘절망감 사례연구’ 속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다음 일자리도 정하지 않은 채 사표를 썼다. 러키는 상상 속 흑인 대학교의 남학생들을 다룬 ‘두 유 DO U’라는 제목의 책을 썼고, 현재는 투데이 인 블랙 트위터 Today in Black Twitter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트위터를 떠나기 전 자신이 “성난 흑인이 됐다”고 말한 마일리는 퇴사로 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는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했을 때, 자신의 경험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법적 문제를 탈피하기 위해 퇴직금을 거부했다. 그는 현재 직원모집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제품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비상장 회사 엔텔로 Entelo의 엔지니어 책임자로 재직 중이다. 하지만 구직은 불안한 과정이었다. 그는 “미디엄에 올린 나의 글이 면접 때마다 회자됐다”며 “내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구글 캐피털의 데이비드 드루먼드는 조기 개입(early intervention)이 흑인 인재 양성의 열쇠라고 믿고 있다.구글 캐피털의 데이비드 드루먼드는 조기 개입(early intervention)이 흑인 인재 양성의 열쇠라고 믿고 있다.


■ 인맥의 힘


데이비드 스튜븐 David Stuphen은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를 두고 있다. 두 사람은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의 사회보장국(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에서 일하다가 서로 사랑에 빠졌다. 점심시간에 주 경계까지 넘어가 인종간 결혼이 허용됐던 캔자스 주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워싱턴에 본사를 둔 컨설팅 자문업체 브런즈윅 그룹 Brunswick Group의 매니징 파트너로 재직 중인 스튜븐은 “부모님의 삶은 위험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인종차별주의에 정면으로 맞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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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븐(46)이 보기에는 현재 유색인종 중역들이 직면한 인종 문제의 과제는 예전과 조금 다르다. 바로 균형을 잡는 일이다. 스튜븐은 흑인 중역들이 뛰어나지만 위협적이지 않은 모습을 유지하며, 종종 ‘행복한 전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명의 흑인 남성은... 위협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곤 웃었다. “(포춘에는) 가장 영향력 있는 유색인종 회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활용할 수 있다.”

많은 흑인 남성들은 어렸을 때부터 이 같은 이중잣대를 경험한다. 이와 관련해 2014년 UCLA의 필립 아티바 고프 Phillip Atiba Goff 교수와 동료들이 연구를 진행하고, 미국 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가 발간한 놀라운 연구가 있다. 이 연구는 10세 정도의 흑인 소년들이 동갑인 백인 소년들에 비해 나이가 더 많은 것으로-그리고 그만큼 ‘순진’하지 않은 것으로-인식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9세 이하 소년들은 인종에 상관없이 똑같이 순진하게 인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선 동일한 비행을 저지르더라도 흑인 소년들이 백인소년들에 비해 처벌을 더 받고, 교정 프로그램에 보내지는 경우도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본 기사와 관련해 포춘과 인터뷰한 많은 사람들은 “흑인 남성이 회사 복도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이 바로 이 때, 즉 어린 시절에 시작된다”고 토로했다. 초등학교 복도에서부터 이미 갈등이 시작된다는 말이다.

너무나도 많은 이들이 이 시기에 길을 잃는다. 전임 교육부 부장관으로 현재 온라인 교육회사 투유 2U의 대표를 맡고 있는 짐 셸턴 Jim Shelton(48)은 “남학생이 3학년 때까지 글을 읽지 못하면,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할 확률이 4배 더 높아진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그 때부터 상황은 계속 나빠질 뿐”이라고 주장했다.

9학년까지 한 번이라도 정학을 당한 학생은 퇴학을 당할 가능성이 2배 높아진다. 흑인 학생은 백인에 비해 정학 당활 확률이 4배나 더 높다. 2014년 셸턴은 기업 및 단체에서 지원하는 마이 브라더스 키퍼 My Brother’s Keeper(MBK) 프로그램의 기초 작업을 맡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시작한 MBK는 유색인종 청소년과 젊은이가 특히 더 심각하게 직면하는 ‘기회 격차’와 ‘성과 격차’를 해결하려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MBK처럼 많은 주목을 받은 고상한 사업도 어린이 조기 건강 검사에서부터 읽기 프로그램 향상, 공동체 폭력 축소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중구난방 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사실은 MBK 자체가 소년과 성공한 어른을 연결해주는 통로가 된다는 점이다. 같은 맥락에서 직장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사회관계에서의 친밀성이다. 결국 관계가 중요하단 얘기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스튜븐은 어린 시절 친구 존 맥브라이드 Jon McBride에게 연락을 취했다. 맥브라이드는 오바마가 입성한 백악관의 인사담당 업무를 맡고 있었다. 두 사람은 새 행정부를 파악하기 위해 비공식 워싱턴 저녁식사 모임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친구들, 그리고 새로 알게 된 몇몇 지인들과 시작했던 저녁식사가 정기 모임으로 발전하며 점점 조직화되었다. 많은 업계 대표들이 이 모임에 참석했다. 스튜븐은 “특별한 게스트들과 함께 하는 하나의 모임 기반이 됐다”며 “이모임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교육 등의 사안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모임의 성격이 고위직 관계자에게 조언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빠르게 변해나갔다(사실 이런 조언은 회사 내 후원자로부터 들어야 하는 것이다). 스튜븐은 “주로 ‘유럽으로 갈 기회가 생겼습니다. 가야 할까요?’ 혹은 ‘이 회사에 대해 혹시 아는 것이 있습니까?’ 같은 질문들이 이곳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28억 달러 규모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인포 Infor의 CEO 찰스 필립스 Charles Philips(56)는 스튜븐처럼 자신의 비공식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신분 노출을 원치 않는 20명 가량의 업계 리더와 전문가들이 함께 하는 저녁식사 모임으로, 지금까지 모임의 목적을 위해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조성했다. 필립스는 페이스북이나 구글, 다른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퇴직한 IT업계의 젊은 흑인 중역들을 정기적으로 만나며 가능한 조언도 해주고 있다. 그는 “월가에서 시작했고 오라클 Oracle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고 말했다(오라클에서 공동 대표를 역임했다). 필립스는 ’최소한의 책임‘ 같은 사안에 대해 피드백을 줄 수 있는 기회를 즐기고 있으며, 젊은 기업가들을 위해 유력한 파트너들과의 만남을 주선해 주기도 한다. 신생사업 아이디어가 괜찮은 경우에는 직접 투자자를 모으기도 한다.

필립스는 CEO라는 높은 자리를 활용해 인포를 변화시킬 수 있었다(최고 위치에서 말단 직원을 모집하는 방법을 바꾸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신입사원을 찾기 위해 그는 중앙 인재 풀을 만들어 다양한 대학출신으로 인턴을 채웠다. 간혹 채용에 영향을 주는 인척주의를 뿌리뽑기 위한 시도였다. 회사는 교과과정 지원 및 인증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특정 대학들과 공동사업을 하기도 했다-구체적으론 업무 준비가 잘 된 후보자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필립스는 “우리는 인턴을 모집해 교육시키고 여러 부서에 배정한다. 매니저들은 어떤 인턴을 받을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예산은 그들이 아니라 내 주머니에서 나간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부서리더들이 비용을 들이지 않고 특별한 인재들을 얻을 수 있어 좋아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재 유지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한다. 필립스는 “사람들이 1년 이상 머무르길 바란다”며 “그러려면 멘토와 조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드 웰번 Ed Welburn(65)은 그 위력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어렸을 때 캐딜락 콘셉트 카에 푹 빠졌었다고 말했다. 11세가 되던 해, 그는 한 제너럴 모터스 중역에게 언젠가 당신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편지를 보냈다. 웰번은 “답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편지에는 ‘스케치 작업을 꾸준히 하고, 하워드 대학교에 진학하라’고 조언이 쓰여 있었다.

웰번은 워싱턴 명문 하워드 대학교-미국의 전통적인 흑인 대학(HBCU) 중 한 곳이다-의 예술학부에 입학해 그의 조언을 실천에 옮겼다. 웰번은 “잘 알려진 대로 교수들이 GM과 밀접한 관계였기 때문에, 내교과과정을 세세하게 조정해 취직을 준비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1971년 꿈꾸던 직장에서 GM의 첫 흑인 디자이너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현재 GM 글로벌 디자인 부문 부사장을 맡고 있는 웰번은 회사 디자인 센터 10곳을 총괄하고 있으며, 최고 경영진 중 한 명이다.

미국 자동차업계와 HBCU 사이의 공생관계는 실제로 젊은 흑인 엔지니어들에게 도움이 되었다. 최소 두 세대 동안, 그들이 자동차 생산부문 기술 경력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자동차업계가 모든 직급에서 인재를 채용하게 함으로써, 흑인들이 하인 계급에서 중산층으로 올라서는데 큰 기여를 했다.

데이비드 드러먼드 David Drummond도 이 같은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알파벳 Alphabet의 부사장이자 구글 캐피털 Google Capital 회장인 그는 “HBCU와 자동차업체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정말 중요하다”며 “우리는 현재 같은 목표를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지난해 직원 모집 대상 학교의 수를 2배로 늘리고, 하워드 대학교를 비롯한 몇몇 HBCU에서 엔지니어 양성도 시작했다. 그곳에서 실리콘밸리 일자리에 지원하는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다. 드러먼드는 이에 대해 “회사가 다양성 개선을 하기 위해 시작한 광범위한 계획의 일부분”이라며 “누가 승진하는지 파악하고, 인재가 합당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GM 글로벌 디자인 부문 부사장 에드 웰번은 어린 시절 자동차에 대한 사랑이 밑거름이 돼 꿈에 그리던 회사에 입사했다. GM이 외부로 손을 뻗어준 덕분이었다.GM 글로벌 디자인 부문 부사장 에드 웰번은 어린 시절 자동차에 대한 사랑이 밑거름이 돼 꿈에 그리던 회사에 입사했다. GM이 외부로 손을 뻗어준 덕분이었다.


■ 잃어버린 세대

일자리에 목마른 20~30대 흑인 남성 세대에겐 들어야 할 답변이 하나 더 있다. ‘너무 늦은 건 아닌가?’ 그런데 이 질문을 약간 비틀어야 할 것 같다. ‘미국 재계가 너무 늦은 건 아닌가?’

대리언 위그폴 Darian Wigfall(34), 데이먼 데이비스 Damon Davis(30), 윌리엄 포터 William Porter(35), 로스 깁슨 Ross Gibson(29)이 세인트루이스 체로키 스트리트 Cherokee Street에 위치한 위스키 링 Whiskey Ring이라는 코너 바에 함께 모였다. 이곳은 예술의 거리다. 포터는 “우리에겐 이곳이 브루클린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대학 교육을 받았다. 포터는 “대학을 그저 잠깐 다녔을 뿐”이라고 밝혔다. 깁슨은 행동 신경과학 석사 과정 중 가족이 아파서 마지막 몇 학점을 잠시 연기해야 했다. 네 명의 남성 모두 주변을 둘러싼 인종 관련 상황의 흐름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 이들 네 명과 필자는 마이클 브라운 (*역주: 백인 경관에 의해 사살된 흑인 청년. 이 사건으로 세인트루이스 퍼거슨 시에서 큰 시위와 폭동이 일어났다) 이 사망한 곳으로부터 18km 가량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위그폴은 #BlackLivesMatter에 대해 얘기하며 단호한 목소리로 “운동이 이곳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들이 성장하며 목격한 문제들이 자신들의 터전에서 전 세계적인 논쟁으로 확대된 것이었다 수제 맥주와 고급 위스키를 앞에 놓고, 이들은 회사생활이 맞지 않는다고 확신한 이유를 설명했다. 위그풀은 “어쩔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위그풀과 데이비스는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익살스럽게 나열했다-예술가, 영화감독, 디제이, 웹디자이너, 작가, 음악업계 거물 등등. 두 사람은 파페치드 FarFetched라는 음반회사를 5년 동안 공동 소유해왔다. 이들은 모두 스스로의 방법으로 성공하는 데 필요한 수단을 찾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신들을 바라봐주는 친구들과 공동체가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에게 투자를 하지 않는 회사 생활에선 그들의 인생을 걸 필요를 못 느꼈다.

포터는 “우리 할머니는 바로 저기에서 수 년간 이발소를 하셨다”며 문 닫힌 가게를 가리킨 후 “지역사회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고, 그 일부도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블럭 위에 마스터피이자 MasterPieza를 열고, 고급 피자를 판매하고 있다. 피자를 만드는 방법은 어떻게 배웠을까? 그는 “유튜브”라며 “거기서 모든 걸 배운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의 사업 아이디어가 실적으로 이어진다면, 스스로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분명 미국 재계는 좋은 기회를 놓치고 있다. 그렇지만 깁슨 또한 뭔가를 놓치고 있다. 그는 약간의 현금을 활용할 수 있었다. 그는 두꺼운 벤처 캐피털 교재를 들고 모임에 도착했다. 그는 클라우드 기반 물품 조달 요소를 혼합한 자신의 고급 쇼핑 사이트 프로젝트 아데팩트 Ardefact를 위해 투자를 유치할 생각이다. 그는 책을 두드리며 “거래를 구성하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가문의 자손이기도 하다. 그는 웃으며 “할머니가 아칸소 Arkansas 시골 지역의 부동산 큰손이셨다”고 말했다. 깁슨은 몇몇 부동산을 공동소유하고 있으며, 그 중에는 파페치드가 발매 기념 파티를 열었던 체로키 스트리트의 건물도 포함돼 있다. 그는 실리콘밸리 이야기에 손사래를 치며 “샌드 힐 로드 Sand Hill Road나 벤처업계의 거인 마크 앤드리슨 Marc Andreessen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필자가 전 트위터 엔지니어 레슬리 마일리를 언급하자 얼굴 표정이 환해졌다. 그는 존경하는 어투로 “그 양반!”하고 반가워했다. “그가 내 전화를 받을까요?”

효과가 확실한 3가지 다양성 전략

장기적인 멘토링으로 인재를 양성하라.

후원자는 직원들이 기업문화를 탐구하고 새로운 ’자기계발‘ 업무를 찾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직원들끼리 서로 소통하게 하라.

편견을 극복하는 솔직한 워크숍은 직원들이 선입견 없이 머릿속 생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공통의 언어‘를 제공한다.

CEO가 포용 정책을 직접 챙겨라.

리더가 앞장서면 조직은 따르게 되어 있다-그렇게 되면 진정한 근로자 다양성 개발이 모두의 목표가 된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팀/by Ellen McGirt

안재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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