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국시대’부터 ‘5대10국’까지를 다룬 역사서 ‘자치통감강목(資治通鑑綱目)’은 조선의 임금이 신하들과 학문을 연마하던 경연(經筵)의 교재로 사용됐다. 세종 임금 때 경연에 쓰였다는 인장이 찍혔을 뿐 아니라 청주 한씨와 남양 홍씨 등 조선 사대부 가문의 인장, 이어 임진왜란 이후 일본의 권력가와 중국인 소장가의 인장이 찍힌 이 책은 동아시아 지식인이라면 누구나 탐내던 것이었다. 조선에서 간행된 첫 판본으로 세종 때 인쇄된 이 ‘자치통감강목’은 중국 상하이 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국내 소장본이 일부만 존재하는 것과 달리 상하이 소장본은 59책 59권 완질이다.
그런가 하면 세종대왕의 명으로 김종서·정인지 등이 편찬한 ‘고려사’는 케임브리지대 도서관에서 발견됐는데, 국내에 전하는 ‘고려사’가 인쇄본인데 반해 이것은 필사본이며 당시 학자들의 학문적 교류의 흔적도 남아있다. 소나무에 앉은 까치와 호랑이를 그려넣은 청화백자인 ‘백자청화호작문호’는 우리나라에서도 국립경주박물관 소장품 정도가 유일한데 일본 와세다대학 내 박물관에서 존재가 확인됐다.
이처럼 해외를 떠돌고 있는 소중한 우리 문화재의 수는 무려 16만 점 이상으로 추정된다.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의 실상을 파악하고자 2012년 설립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이 외국 기관이 소장한 우리 문화재 8,400여 점의 실태조사 결과인 ‘국외한국문화재’ 시리즈 10권을 최근 출간했다. 조사가 실시된 기관은 일본 와세다대학교 아이즈야이치기념박물관, 미국 클레어몬트대학 도서관, 중국 상하이도서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학 도서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도서관 등 5개국 10개 기관이다.
연구보고서 형식이지만 우리 문화재가 어떻게 국외로 유출돼 해외기관에 소장됐는지의 경로를 따라가면 역사의 흐름이 잡힌다. 책은 우리말과 소장국 언어의 도록으로 발간돼 현지 소장 기관이 유물의 가치를 알 수 있게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