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4일 충격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했다. 모두가 굳은 표정이었다. 총선 결과에 대한 반응을 극도로 자제한 가운데 긴박하게 내부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원론 수준에 머무는 짤막한 논평만을 냈다. 정연국 대변인은 춘추관에서 “20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국민들의 이런 요구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고 논평을 끝냈다. 청와대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특히 ‘새누리당 참패의 원인이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에게 있다’는 여론이 급속하게 형성되는 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 언론이 이 같은 시선으로 이번 총선 결과를 해석하고 있어 청와대는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40%선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사이 참모들이 자신도 모르게 오만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위안부 협상 등을 일방통행식으로 강행하고 틈만 나면 ‘국회 심판론’과 ‘배신의 정치 심판론’을 펼치며 화합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하는데도 누구 하나 직언할 생각을 못할 정도로 오만했다는 게 정치권의 시선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선거 전 전국을 순회하는 무리수를 두는데도 참모들은 “경제행보일 뿐”이라는 뻔한 말만을 하는 데 바빴고, 결국 이는 선거에서 거대한 역풍으로 되돌아왔다.
선거 이후 청와대를 둘러싼 정치역학은 완전히 바뀌었다. 국회를 수평적 파트너로 인정하고 소통하지 않으면 그 어떤 개혁과제도 수행해나갈 수 없다. 그러나 청와대가 이 같은 환경변화를 받아들이고 업무추진 방식을 바꾸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더 많다.
익명의 한 사립대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40%대 지지율이 독이 됐다”면서 “박 대통령에게 화합의 정치를 주문하는 바닥 민심을 빨리 읽어야 조기 레임덕을 막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