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 셈페르 티라니스(Sic semper tyrannis)!” 한 남성이 이렇게 외치며 대통령석 난간에서 무대로 뛰어 내렸다. ‘독재자의 것은 독재자에게로’라는 의미의 라틴어다. 미국 남북전쟁 시 남군 주 무대인 버지니아 주 구호였다. 남성은 연극배우 출신이자 남부 지지자 존 윌크스 부스다. 링컨 대통령에 총을 쏘고 달아나던 찰나였다.
1865년 4월 14일 밤,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포드 극장을 찾았다. 연극 ‘우리 미국 사촌(Our American Cousin)’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이 소식을 미리 접한 부스는 암살을 계획했다. 링컨 대통령과 몇몇 후임자를 제거함으로써 미 정부를 혼란에 빠뜨리는 게 목적이었다. 그는 수개월 전부터 링컨을 납치하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하던 차였다.
당시 미국은 1861년부터 1865년 4월 초까지 약 4년 간 남북전쟁을 치른 상태였다. 공업 기반 북부와 농업 중심 남부가 생활 방식, 노예제 등 다양한 사안에서 대립했기 때문이다. 갈등 상황이 한창이던 1860년, 북부의 지지를 받는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듬해인 1861년 남북 전쟁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게 됐다. 전쟁이 북부의 승리로 끝났지만 남부 연합 지지자들은 링컨 대통령을 비롯한 미 정부에 썩 우호적이지 않았다. 부스 또한 그 세력 중 한 명이었다.
오후 10시께 부스는 대통령 관람석으로 몰래 향했다. 그리고는 링컨 뒤통수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링컨은 곧 쓰러졌다. 하지만 관중의 이목은 연극에 묻혔다. 링컨 대통령 부인 메리 토드 링컨의 비명도 관중 폭소에 파묻혀버렸다.
링컨 대통령은 포드 극장 맞은편 여관으로 옮겨져 밤새 수술과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 날 오전 7시 22분 사망했다.
부스는 총격을 가한 뒤 자신을 잡으려는 워싱턴 D.C. 시장도 칼로 찌르고 도망쳤다. 미 군과 비밀 요원은 그를 추격했다. 결국 그는 4월 26일 버지니아의 한 농장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총상을 입고 불에 탄 채 비극적인 모습으로 말이다. 공범 8명도 붙잡혔다. 네 명은 사형, 나머지 넷은 감옥형에 처했다.
1865년 오늘 저격당한 링컨 미 16대 대통령은 같은 해 5월 4일, 자신의 고향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에 묻혔다. /김진희인턴기자 jh694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