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에서 여당 텃밭이 야당으로 넘어갈 때 지역 ‘이주민’의 선택이 선거 결과를 좌우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주거지역을 개발하면서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되고 계층 색이 엷어지면서 야당 쪽이 수혜를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5일 공개한 투표구별 개표 결과를 보면 야당 후보로는 28년 만에 서울 강남을에서 당선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세곡동에서 전체 득표수(4만8,381표)의 23.3%에 달하는 1만1,291표를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세곡동에서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는 7,100표를 얻는 데 그쳤다. 나머지 개포·일원·수서동에서는 전 당선자와 김 후보의 득표수 차이가 크지 않다.
세곡동은 보금자리주택(공공주택)이 들어서면서 최근 4년 동안 5만명의 인구가 새로 입주했다. 입주인 대부분은 젊은 부부와 서민층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전 당선자를 밀어주면서 새누리당의 ‘강남 불패’ 신화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또한 총선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부유층이 많이 거주하는 대치동이 강남병으로 떨어져나간 것도 김종훈 후보의 득표율을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역시 인구 변동의 영향으로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이 지역은 전통적 여당 강세 선거구로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별명까지 붙었지만 갑·을 모두 더민주 후보가 당선됐다. 특히 경기도 성남분당갑은 정보기술(IT)·바이오 관련 벤처 기업이 대거 입주한 판도신도시를 편입하면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김병관 더민주 당선자는 판교신도시에 속한 판교동·삼평동에서만 권혁세 새누리당 후보를 3,904표 앞섰다. 전체 격차가 1만1,538표라는 점을 고려하면 판교신도시의 압도적인 지지가 김 당선자의 국회 입성을 뒷받침한 셈이다.
북한 접경지역인 경기도 파주을에서는 처음으로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이 벌어졌다. 파주시청을 중심으로 ‘아파트촌’이 들어선 금촌동 유권자들이 집권 여당의 사무총장인 3선의 황진하 새누리당 후보보다 박정 더민주 당선자에 4,665표를 더 많이 줬기 때문이다. 파주을 전체에서 황 후보와 박 당선자의 득표 차이는 5,713표에 불과하다.
경기도 김포시도 한강 신도시 유권자가 다수 포진한 을 선거구가 새로 신설되면서 경남지사 출신의 김두관 더민주 당선자가 김동식 새누리당 후보를 상대로 여유 있게 승리를 거뒀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여당 텃밭인 영남 지역에서도 이주민이 야당 후보를 당선시켰다. 경남 김해을에 출마했던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신도시가 들어선 장유동에서 3만9,425표를 받으며 이만기 새누리당 후보(1만9,570표)를 압도했다. 장유동(옛 장유면)의 인구는 1990년대 중반 7,000여명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13만명을 넘어섰다. 유입 인구 상당수는 경남 창원과 부산으로 출퇴근하는 야권 성향의 30~40대 젊은 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