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 기술인 자율주행차 개발을 둘러싸고 미국 자동차 업계의 영원한 라이벌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가 서로 다른 길을 선택했다. 포드가 사람의 조작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완전한 자율주행차 개발을 목표로 장기적 계획을 세운 반면 GM은 운전자의 작동이 어느 정도 필요한 준자율주행차부터 시작해 점진적 개발을 꾀하고 있다. 둘 중 어느 전략이 성공을 거둘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이들이 선택한 상반된 노선은 향후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벌어질 주도권 다툼에서 두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포드와 GM이 자율주행차 개발에서 완전히 다른 길을 택했다”며 두 회사가 상반된 방식으로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포드와 GM은 각각 지난 1903년과 1908년에 설립된 미국 자동차 업체로 100년 이상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온 대표적 라이벌이다.
먼저 포드는 장기적 관점에서 완전한 자율주행차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포드가 4~5년 뒤 출시를 목표로 한 자율주행차는 주행 중 탑승자가 수면을 취할 수 있을 정도로 인간의 작동이 전혀 필요 없는 모델이다. 켄 워싱턴 포드 연구책임자는 “운전자가 주행 중 필요할 때만 짧은 시간 동안 자동차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며 포드가 개발하는 모델에서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처음부터 끝까지 운전을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FT는 이러한 포드의 개발방식을 ‘빅뱅(big bang)’이라고 설명하며 계획대로 출시만 된다면 혁명적 모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포드는 개발이 완료되면 자율주행 기술을 처음부터 대량 판매가 가능한 모델에 장착할 계획이다.
GM은 포드와 달리 준자율주행차부터 시작해 자율주행 기술을 점진적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지난달 자율주행 기술에 특화된 스타트업인 ‘크루즈오토메이션’을 10억달러(약 1조1,475억원)에 인수한 GM은 고속도로에서 자동운전이 가능한 시스템인 ‘슈퍼크루즈’를 우선 자동차에 장착해 내년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에릭 라파엘 GM 슈퍼크루저프로그램 매니저는 “운전자에게 통제권을 준 상황에서 자료를 수집해 자율주행 기술을 점차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FT에 설명했다. GM은 앞으로 적어도 10년은 돼야 자율주행 기술이 완성될 것으로 보고 우선 고가 모델에 이 기술을 장착한 뒤 점차 시장을 넓힐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포드와 GM의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기 힘들다. 전문가와 외신들은 두 회사의 선택이 자율주행차 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산업 컨설팅 업체 IHS 오토모티브의 제러미 칼슨은 “두 전략에 각각 장단점이 있다”며 “지금은 어떤 선택이 맞는지 확답할 수 없다”고 밝혔다. FT는 “스웨덴의 볼보와 독일 다임러, 미국 테슬라를 비롯한 주요 자동차 업체와 미국의 애플·구글 등 자율주행차 시장을 노리는 정보기술(IT) 기업들도 포드와 GM의 선택에 주목하고 있다”며 “두 기업의 선택이 자율주행차 산업의 미래 주도권을 둘러싼 전쟁의 서막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