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가습기 살균제 기업의 '만행 수준' 은폐 의혹

인체에 치명적인 가습기 살균제로 수많은 인명피해를 낸 제조사 옥시레킷벤키저가 자사의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불리한 사실을 은폐하려 한 정황이 하나둘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2011년에 일어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은 정부가 인정한 사망자만도 143명에 달해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당시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와 임산부 사망이 연관됐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고 제품 수거명령을 내리자 옥시는 이 발표 결과를 반박하기 위해 서울대 연구진에 ‘살균제 유해성 여부’ 실험을 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옥시가 서울대에 지급한 연구용역비와 별도로 책임연구원이던 C모 교수의 개인 통장으로 수천만원을 송금한 사실을 검찰이 새롭게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검찰은 옥시 측이 서울대에 실험을 의뢰하면서 자사 제품의 독성이 적게 나오도록 부탁했다는 관련자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뿐 아니다. 옥시는 질병관리본부가 실험 결과를 발표한 직후 해당 법인을 청산하고 새 법인을 등록했다. 회사의 범죄가 확인되면 위법행위자뿐 아니라 법인도 함께 처벌된다. 하지만 처벌 대상인 법인이 청산돼 없어지면 공소가 기각된다. 법인 청산으로 회사 책임을 피해보겠다는 속셈이다.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판매 이후 소비자들이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사용후유증 게시글을 검찰 수사 이후 일제히 삭제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혐의까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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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은 옥시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를 중벌로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피해자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제조사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이는 용서받기 힘든 중대한 범죄다. 이런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 기업이 성실하게 조사에 응하기는커녕 책임을 덜기 위해 만행 수준의 은폐공작을 벌이고 있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제대로 규명해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해당 기업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 동시에 용역보고서가 용역 의뢰자의 요구대로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이런 점에 대해서도 전후과정을 철저히 파헤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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