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구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한샘이 오는 5월 오픈하는 서울 상봉점을 끝으로 더 이상 대형 플래그샵을 출점하지 않기로 했다. 한샘의 공격적인 확장 정책이 국내 가구산업 질서를 왜곡시키고 사업 파트너인 대리점주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한샘의 영업정책 전면 수정은 국내 가구유통 질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본지 4월6일자 16면, 7일자 18면, 8일자 16면 참조
15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한샘은 대형 직영점인 플래그샵을 더 이상 내지 않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한샘의 한 핵심관계자는 “당초 오는 2020년까지 전국에 20개의 플래그샵을 낼 계획이었으나 5월 상봉점을 끝으로 직영매장의 신규 출점을 중단하기로 했다”며 “이와 동시에 직영점 출점에 따른 대리점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역상인단체와의 상생을 위한 협력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샘의 이 같은 판매정책 변화가 갖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한샘은 대형직영점 확대 정책이 협력업체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동반성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샘은 자체 제조 비중이 20%에 불과해 제조기업이라기보다는 유통업체에 가깝다. 또 한샘 매출의 50% 이상은 대리점이나 제휴점에서 발생할 정도로 사업 파트너의 비중이 높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원서동 디자인센터에서 열린 경영진회의에서 최양하 한샘 회장은 “직원과 협력사,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성공하는 대리점, 자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대리점’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한샘은 이달 중으로 본사와 대리점·협력사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상생안을 마련해 공표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플래그샵 철회에 따른 지점 정책 수정안 △본사와 대리점주 간 정례회의 △대리점 마진율 제고방안 △대리점 판촉비 지원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일단 한샘은 핵심상권의 대형직영점을 ‘표준매장’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표준매장은 본사가 매장 임대와 전시까지는 담당하지만 대리점주들을 입점시켜 영업활동을 보장하는 형태의 매장을 뜻한다. 한샘은 또 월 1회 대리점사업부 담당 임원과 현장 대리점주들과의 정례회의를 마련하고 감사실을 통한 대리점 고충사항 청취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한샘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직영점 확대에 따른 대리점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며 “대리점의 대형화를 지원하고 대리점 영업사원에 대한 국내외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대리점을 성공하게 하는 전략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샘의 정책 수정은 국내 가구유통 질서에 일대 변혁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가구 시장은 ‘셀프인테리어’ ‘집방(집 꾸미기 방송)’ 등에 힘입어 ‘르네상스’라 불릴 정도의 폭발적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 트렌드 역시 대형화에 최적화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어 한샘의 대형직영점 중단 정책은 가구유통 질서에 균열을 일으킬 단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케아·현대리바트·일룸 등 한샘의 경쟁업체들은 대형화 정책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구산업의 한 관계자는 “압도적인 시장지배자인 한샘이 센 기침을 한 셈인데 분명 국내 가구산업에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욱·강광우기자spook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