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은 저성장이 고착되면서 갈수록 활력을 잃어가는 우리 경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다. 공급과잉 등 환부를 도려내지 않으면 그 부실이 언제 금융권 위기로 확산될지 가늠하기 힘들며 자칫 우리 경제가 공멸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 이미 해운·조선업종은 한계상황에 몰렸고 은행 빚으로 연명하는 부실기업도 부지기수다. 이 영향으로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10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도 총선을 겨냥한 정치권의 압력으로 기업 구조조정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유 부총리가 직접 구조조정을 챙기겠다고 강조한 것은 총선이 끝난 만큼 고삐를 다시 죄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구조조정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정부가 액션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 부총리는 간담회에서 “추경 예산 편성은 꼭 필요하다면 하겠지만 아직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G20 재무장관들이 통화정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추경 등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지만 추경과 통화정책에 한계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구조조정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총선이 끝난 지금부터 대통령선거 국면이 시작되는 내년 이전까지가 구조조정의 최적기다. 유 부총리의 강한 의지가 엿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신속하고 정확한 실천이다. 지금 시급한 것은 가능성 없는 기업을 과감히 퇴출시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