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전업체들이 성장하면서 국내 전자업계의 인력유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항공업계의 조종사 유출에 이어 국내 관련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베이징·광저우·톈진·상하이·쑤저우 등에 위치한 중국 전자업체들이 최근 한국 인력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로 소형 가전제품이나 관련 모듈을 생산하는 업체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형 전자업체에서 5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인력을 영입해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채용 부문과 대상은 다양하다. 단순 가전제품 설계, 상품기획, 전략기획 외에 반도체 및 전장, 장비설계, 프로그램 엔지니어들도 뽑고 있다. 대리~부장급 직원뿐 아니라 연구원·퇴직임원 등도 적극적으로 모셔가고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퇴직임원들은 보통 2년 전후의 계약직으로, 대리~부장급 직원은 본인의 희망에 따라 2~3년 계약직 혹은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연봉 역시 한국 기업보다 많게는 2배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에서는 중국 전자 관련 기업의 경력채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중국어에 능통하지 않아도 영어에 능통하면 이직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링크드인 등 기업 전용 SNS에 영문 이력서를 올려두면 헤드헌팅 업체에서 e메일 등으로 연락해 이직이 성사되는 경우도 있다. 중국 가전업체의 경력직원 채용을 담당하는 한 헤드헌팅 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주로 중국에서 주재원을 하다 본사로 복귀한 인력들이 이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중국어가 가능하고 더욱 나은 처우를 원하는 인력들의 지원이 많다”며 “젊은 직원들의 문의도 많다”고 말했다.
복수의 헤드헌팅 업체 관계자들은 국내 인력이 중국 이직을 결정하는 것과 관련해 불확실한 미래를 가장 큰 이유로 든다고 설명했다. 반복되는 야근과 비효율적인 업무처리, 일상이 된 경쟁에 지친 인력들이 많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중국 업체에서의 경험이 큰 자산이 될 것으로 판단한 이들도 중국 업체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다만 중국 업체로의 이직이 장밋빛 미래만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언어뿐 아니라 문화적 장벽이 크고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업무를 맡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한 헤드헌팅 업체 관계자는 “2~3년 전 중국으로 이직했던 1세대 이직자들이 중국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업체가 인력을 줄이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상황”이라며 “짧은 기간 고액연봉을 보장 받았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나지 않거나 차별대우를 받다 돌아오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