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핫 이슈] 車와 네트워크 결합…결실 맺는 정의선의 '오픈 이노베이션'

현대차, 시스코와 '커넥티드카' 프로젝트 가동

모의 테스트 등 각종 제어 기술 ICT 최고업체와 공동 연구

차량지능화사업부 신설 등 조직 개편…인재영입도 공들여

19일 현대자동차그룹 양재사옥 회의실에서 정의선(왼쪽 세번째부터) 현대차 부회장과 척 로빈스 시스코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양사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19일 현대자동차그룹 양재사옥 회의실에서 정의선(왼쪽 세번째부터) 현대차 부회장과 척 로빈스 시스코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양사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직장인 김정민(가명)씨는 깜빡 잊고 켜둔 사무실 전등을 퇴근길 운전석에 앉아 끈다. 비가 온 탓인지 날씨가 싸늘해져 차량과 연동된 스마트폰을 통해 보일러를 작동, 미리 방을 따뜻하게 데운다. 평소 길눈이 어둡지만 실시간 교통량을 파악해 스스로 주행을 마친 똑똑한 자신의 차(車) 덕분에 ‘퇴근길 교통지옥’은 피해 무사히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집에 돌아왔다.


현대자동차가 영화 속에서만 보던 이 같은 일들을 실제 삶에 적용한다. 시스코와 함께 개발할 차량 네트워크 기술은 스마트카 시대를 위한 첫 단추다.

현대차가 시동을 건 ‘커넥티드카’ 프로젝트는 스마트해진 차량 한 대가 집과 사무실, 내 삶의 모든 연결고리를 제어하는 장치로 거듭나는 시도다.

현대차는 우선 차량 네트워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대용량 데이터 송수신은 물론 차량 내 여러 장치와 개별 통신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시스코는 네트워크 장비와 솔루션을 공급하는 업체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척 로빈스 시스코 대표는 “이번 협업을 통한 기술적 혁신은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창출할 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의 디지털 파괴(digital disruption), 즉 디지털화를 통한 파괴적 변화를 이끌게 될 것”이라며 “커넥티드카, 보안 그리고 대용량 커뮤니케이션 전 부문에 걸친 기술에서 앞선 양사의 경쟁력이 업계 선두 플랫폼을 구축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또한 그는 “현대차와의 협업은 시스코의 디지털화 전략이 커넥티드카 개발과 자동차 산업의 진보로 이어지는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와 시스코 양사는 ‘차량 네트워크 기술’에 대한 협업 외에도 공동으로 커넥티드카 모의 테스트 프로젝트를 진행해 커넥티드카 기초 연구를 수행한다. 커넥티드카 모의 테스트 프로젝트는 다양한 상황에 따른 커넥티드카의 데이터 흐름을 분석하고 신규 기술들을 검증하기 위한 차원이다. 동시에 다양한 외부 환경과 상황을 인위적으로 구현하고 커넥티드카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데 필요한 각종 제어 기술들을 연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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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중심의 사물인터넷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자동차 중심의 사물인터넷 파급력은 다른 사물인터넷의 효과보다 압도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텔레매틱스, 폰·커넥티비티 등 하위 단계의 커넥티드카 기술이 적용된 차량은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35%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오는 2025년에는 모든 차량이 고도화된 커넥티드 시스템을 적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과 정보기술(IT)업체들이 카·커넥티비티 서비스를 통해 지난해 약 30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데 비해 2030년에는 1조5,000억달러로 연평균 30%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폭증하고 있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한편 과감한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는 미래 커넥티드 라이프에서 가장 광활한 미개척지”라며 “커넥티드카 기술을 주도해 자동차가 생활 그 자체가 되는 새로운 자동차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시스코와의 협업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자동차 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가 과감한 투자는 물론 글로벌 전문기업들과 협업하는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방식도 적극 추진하기로 밝힌 만큼 광폭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현대차는 내부에서도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차량지능화사업부’를 신설하고 삼성전자 출신의 황승호 부사장을 수장으로 임명했다. 삼성은 물론 글로벌 업체들과 업종을 불문하고 경쟁하겠다는 선전포고다. 아울러 전장부품을 생산하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트론에 대한 투자도 과감히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본지 4월12일자 13면 참조

현대차는 이달 초 ‘커넥티드카’ 개발 콘셉트를 ‘초연결 지능형 자동차(Hyper-connected and Intelligent Car)’로 정했다. 이 밖에도 완벽한 자율주행 등 ‘커넥티드카’ 기반의 중장기 4대 중점 분야와 자동차와 스마트홈 연계 서비스 등 중단기 서비스 분야, 차량 네트워크 등 네 가지 핵심 기술 조기 개발 등 주요 계획을 발표했다.



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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