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 지금처럼 먹음직스럽게 부풀어 오른 빵을 처음 만든 주인공은 고대 이집트인이다. 하인리히 야콥의 저서 ‘빵의 역사’를 보면 이집트에서 부풀어 오른 빵이 만들어진 한참 뒤에도 그리스·로마·게르만 등 다른 나라 사람은 빻은 밀가루를 물에 섞어 죽으로 끓여 먹거나 뜨거운 돌에 구워 납작하게 만들어진 빵을 먹었다.
둘의 차이는 부패와 발효의 차이다. 미생물의 유기물 분해라는 과정은 같은데 인간에게 이로우면 발효, 해로우면 부패라고 한다. 다른 나라 사람은 밀가루 반죽이 부패하지 않도록 잘 보관하는 데 주력한 반면 이집트인은 밀가루 반죽이 발효하는 과정을 바라보며 기뻐했다. 그들은 어느 날 시큼해진 반죽을 구우면 부풀어 올라 훨씬 깊은 향과 맛을 내는 다른 음식이 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기에서 효모를 얻는 까다로운 방법 대신 시큼해진 반죽 한 조각을 떼어내 보관했다가 새 반죽에 심어봤다. 똑같이 맛있는 빵이 만들어졌다.
자연계에 있는 야생의 효모(천연효모)는 당분을 찾아 밀가루 반죽에 들어앉는다. 천연효모는 이곳에서 당분을 먹는 대신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밀가루 반죽에서 만들어진 글루텐 조직은 이산화탄소를 꽉 붙잡아둔다. 이 반죽을 구우면 이산화탄소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며 맛있는 빵이 된다.
천연효모는 자연 상태에서 얻기도 힘들고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맛에 큰 차이를 내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빵을 만들려면 상당한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양산 빵은 이스트를 사용한다. 수입에 의존하는 이스트는 천연효모를 인위적으로 대량 배양한 것으로 일정한 상태로 발효시키고 특정한 맛을 유지하기가 쉽다.
SPC그룹이 전통 누룩에서 제빵용 토종 천연효모를 발굴해 국내 최초로 천연효모 빵을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우리도 이제 우리 고유의 맛과 향을 내는 토종 빵을 식탁에 올릴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더니 빵심도 추가해야 되겠다. /한기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