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방송되는 KBS2 ‘추적 60분’에서는 ‘랜덤 채팅 앱’을 통해 이루어지는 10대 청소년과 어른들의 은밀한 거래를 추적한다.
2014년 7월, 지방의 한 광역도시에서 강력반 형사들을 충격에 빠트린 의문의 변사사건이 있었다. 당시 형사들은 조사 직후 우울증과 트라우마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을 만큼, 그날의 사건이 너무나 참혹했다고 말한다.
사건 현장인 원룸 안에서는 하루 전 ‘미귀가 신고’가 접수된 여고생 김양(가명), 그리고 20대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원룸의 창문 안쪽과 현관문 틈은 청색 테이프로 막혀 있었고, 번개탄을 피운 흔적도 남아있었다. 이 때문에 ‘동반 자살’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 형사. 그런데 김양의 입 부분에는 테이프를 붙였다 뗀 것으로 보이는 의문의 흔적이 발견됐다. 김양의 주변인들은 그녀가 사망한 남성과 일면식도 없는 관계라고 입을 모았다.
10대 여고생과 의문의 성인 남성. 그들은 어떤 관계이며, 왜 그곳에서 숨진 채 발견된 걸까. 수사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사망한 피의자가 애초 김양을 살해할 목적으로 본인의 집으로 유인했다는 것. 그리고 그 매개체는 다름 아닌 스마트폰 ‘랜덤 채팅 앱’이었다. 이성 간의 건전한 만남을 목적으로 한다는 채팅 앱. 그 안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취재 도중, 제작진은 사망한 김양 외에도 비슷한 방법으로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다가 가까스로 탈출한 생존자가 2명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수차례 요청에도 만남을 거부해온 생존자는 방송 일주일 전, ‘추적60분’ 팀으로 연락을 취해왔다.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렵게 용기를 냈다며 충격적인 그날의 이야기를 천천히 털어놓았다. 그들이 깊이 후회하고 있다는 ‘채팅 앱’의 실체는 무엇일까.
지난해 3월, 봉천동의 한 모텔에서는, 30대 남성이 채팅 앱으로 만난 여중생을 살해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채팅 앱으로 10대 청소년을 유인해, 범죄의 대상으로 삼는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 요즘, 10대 청소년들은 채팅 앱을 어떻게 생각하고 또 얼마나 자주 사용하고 있을까.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채팅 앱으로 소위 ‘조건만남’을 해왔다는 A(17)양은 자신처럼 채팅 으로 매매를 하는 친구만 주변에 열 명이 넘는다고 털어놓았다. A양과 친구들의 방과 후 일상을 따라가본다.
채팅 앱을 통해 10대 청소년에게 접근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17세’ ‘여성’이라는 프로필을 입력하자 1초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쪽지들. 대부분이 성인남성이었다. 이들은 왜 채팅 앱을 사용하며 10대 청소년들과의 만남을 원하는지, 직접 만나서 그 속내를 들어봤다.
현재 국내에서 통용되는 채팅 앱만 700개에 달한다. 관계자들은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유명 채팅 앱 개발사들과 투자자 취재를 통해, 채팅 앱이 10대 청소년의 성매매 공간으로 악용돼 온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 막을 방법은 없는지 생각해본다.
20일 밤 11시 10분 방송.
[사진=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