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藥일까 毒일까...'대조적 사랑' 오페라 무대에

<온가족 즐기는 '사랑의 묘약'>

젊은 남녀의 알콩달콩 연애담

1940년대 한국 상황으로 재해석

<치명적 사랑 다룬 '루살카'>

인간을 염모한 체코판 인어공주

고통스럽고 외로운 결말 보여줘

“당신을 위해 사는 건 쉽죠. 당신과 사랑에 빠지면 사는 건 쉬워요. 그리고 난 그렇게 사랑에 빠졌어요.”

재즈 가수 빌리 홀리데이의 감미로운 노래 ‘이지 리빙(Easy Living)’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렵고 팍팍한 삶도 쉽게 만드는 게 사랑이라는 ‘묘약’이라지만 때론 사랑은 치명적이고 극단적으로 흘러 삶을 파괴하기도 한다. 사랑은 약이 될까 독이 될까. 올 봄 아주 대조적인 사랑에 관한 두 편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과 ‘루살카’가 나란히 관객들을 찾는다.

‘사랑의 묘약’ 연습장면‘사랑의 묘약’ 연습장면


‘사랑의 묘약’은 온 가족이 울고 웃으며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작품이다. 오페라를 본 적이 없더라도 제목 ‘사랑의 묘약’을 한번 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드물 만큼. 이탈리아 작품 사랑의 묘약은 시골 마을에 사는 젊은 남녀의 알콩달콩한 사랑을 담은 이야기로 연출을 맡은 크리스티나 페쫄리는 이야기의 배경을 한국의 1940년대로 옮겨 한국적으로 재해석했다. 또 남자 주인공 네모리노는 그동안 바보스럽게 표현됐던 것과는 달리 좀더 서정적이고 순수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여주인공 아디나는 현대적이고 도도하고 허영심 많은 입체적인 인물로 표현된다. ‘사랑의 묘약’을 파는 약장수 둘카마라는 호감가는 사기꾼으로 영리하고도 유혹적인 인물이며, 코믹한 요소와 함께 영원한 자유인으로서의 삶을 비밀스럽게 보여줄 예정이다. 사랑의 묘약의 배경을 1940년대 한국으로 바꾼 까닭에 한복, 상차림, 가마 등이 등장하는데 이는 오페라의 ‘낯섦’을 제거하고 관객들에게 친밀감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아디나 역은 소프라노 홍혜란, 박하나, 김민형이, 네모리노역은 테너 허영훈, 진성원, 윤승환, 둘카마라 역은 베이스 양희준, 김철준, 전태현이 각각 맡았다. 공연은 내달 4일부터 8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루살카의 ‘달님에게 부치는 노래’, 사랑의 묘약의 ‘남몰래 흘리는 눈물’ 등 아리아를 듣는 것만으로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새드 엔딩이든 해피 엔딩이든 상관없이 그냥 ‘사랑’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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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살카 역의 소프라노 이윤아가 예술의전당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루살카 역의 소프라노 이윤아가 예술의전당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이 오는 28일부터 내달 1일까지 무대에 올리는 ‘루살카’는 드보르자크의 작품으로 국내에서 초연된다. 해외에서는 대중적인 공연 중 하나지만 ‘퇴폐성’ 등 작품에 대한 해석이 엇갈려 국내에서는 공연된 적이 없었던 것. 루살카는 체코판 ‘인어공주’로, 독일 작가 푸케의 소설 ‘운디네’를 토대로 신비로운 물의 요정 루살카의 치명적인 사랑을 담은 작품이다. 인어공주가 바탕이 됐다는 것에서부터 이미 짐작이 되겠지만 인간을 사랑한 루살카의 새드 엔딩 러브 스토리다. 루살카는 인간 남자를 사랑해 사람이 됐으나 후에 그에게 버림받고, 배신한 남자는 후회를 하고 돌아오지만 루살카는 그를 ‘죽음의 키스’로 죽이고 인간도 정령도 아닌 채 깊은 물 속에서 갇혀 외롭게 살아가게 된다. 함께 하고 싶고 외롭지 않으려고 사랑을 한 건데 결국 사랑은 루살카에게 고통스럽고 외로운 삶을 건네준 것. 몽환적인 무대와 웅장하고 깊이 있는 음악은 루살카가 숨겨둔 ‘비밀병기’ 중 하나이며 체코어 딕션 코치를 제외한 모든 스태프가 한국인으로 구성된 국립오페라단의 ‘도전작’ 루살카는 한국적인 상황과 해석이 가미돼 사랑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던질 예정이다. 루살카 역은 ‘라 보엠’ 등에서 활약한 소프라노 이윤아, ‘로엔그린’에 출연한 서선영이 맡았다. 왕자는 테너 김동원, 권재희가 각각 연기한다.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서울시오페라단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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