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의 깊은 감동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한화그룹은 문화예술의 감동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메세나(기업의 문화예술 후원) 활동을 꾸준히 펼쳐왔다. 한화의 메세나 활동은 클래식 음악의 저변 확대와 지방 문화예술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을 생활 가까이에서 누려 사람들 모두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4월 10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당시 서울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정명훈씨가 가만히 들고 있던 지휘봉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바로 경쾌한 피아노 연주가 시작됐다. 정명훈씨가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한 젊은 피아니스트의 협연에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관객들은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객석을 가득 메웠던 관객들 중 일부는 자신들이 얼마나 수준 높은 연주를 듣고 있는지 미처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정명훈씨의 지휘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를 연주한 피아니스트는 바로 조성진씨였다. 그가 지난해 제17회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기 6개월 전이었다.
이날 연주회는 예술의전당이 기획한 ‘교향악축제’ 프로그램의 일부분이었다. 교향악축제는 1989년 예술의전당 음악관 개관 1주년을 기념해 첫선을 보였다. 매년 봄을 알리는 4월에 시작한다. 올해도 4월 1일부터 22일까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국내 19개 교향악단이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 국내 최고 클래식 음악 공연 ‘교향악축제’ 후원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는 국내 최고 클래식 음악 축제로 평가받고 있다. 한화그룹은 2000년부터 교향악축제를 후원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문화예술 후원 사업도 그중 하나다. 특히 한화는 클래식 음악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의 사회공헌 활동은 그룹 내 ‘한화사회봉사단’에서 책임지고 있다. 한화가 특별히 클래식 음악 후원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상일 한화사회봉사단 부장이 설명한다. “클래식 음악 공연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이 즐길 수 있어요. 일반 대중이 즐기기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은 대부분 관람료가 비싸 일반인이나 청소년들이 접하기 어렵죠. 대형 기획사들이 주최하는 유명 교향악단 공연을 보려면 관람료를 10만~30만 원 정도 내야 합니다. 한화는 이러한 문화예술 향유의 장벽을 깨보자는 의미에서 클래식 음악 공연 후원을 하게 됐습니다. 교향악축제는 한화의 후원으로 관람료를 많이 낮췄어요. 가장 비싼 R석 가격이 4만 원이니까요.”
한화는 일반 국민 누구나 클래식 음악을 쉽고 편안하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요컨대 국내 클래식 음악 저변 확대에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다. 교향악축제는 그동안 국내 음악가들의 연주 무대를 활성화했다. 실력을 갖춘 지방 교향악단의 참여를 확대해 각 지역 교향악단의 수준을 향상시키고 서울과 지방 문화예술의 균형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국내 작곡가들의 순수 창작곡을 꾸준히 무대에 올려 우리나라 클래식 문화 발전에도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
오상국 대구시립교향악단 단무장(단장의 명을 받아 교향악단 운영에 관한 전반적 업무를 처리하는 직책)이 말한다. “지방 교향악단이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할 기회는 거의 없습니다. 비싼 대관료를 주고 공연해야 하는데, 지방 교향악단에겐 여유가 많지 않아요. 그런 터에 한화의 후원으로 지방 교향악단이 예술의전당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겁니다. 저희도 교향악축제에 참가하고 있는데,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새로운 관객을 만나는 건 기분 좋은 일이죠. 서울 · 수도권 관객들의 평가도 궁금하고요. 그래서 긴장되기도 해요. 큰 자극이 된다는 뜻이죠. 관객들에게도 매우 좋은 기회입니다. 매일 교향악단이 바뀌고 레퍼토리가 달라집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대로 골라서 들을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어요. 여러분들이 교향악축제에 와서 마음껏 클래식 음악을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예술의전당 측도 한화의 교향악축제 후원이 고맙기는 마찬가지다. 한화의 후원이 교향악축제가 중단되지 않고 지속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기 때문이다. 이재석 예술의전당 음악부 부장은 말한다. “한화가 꾸준히 후원하고 있는 것을 매우 고맙게 생각합니다. 지방 교향악단들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어요. 지방 교향악단들은 교향악축제를 매우 큰 기회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참여하려는 교향악단이 많아 경쟁률도 높습니다. 내후년이면 교향악축제 30주년이 됩니다. 그때는 그동안 기회를 잡지 못했던 교향악단들에게도 기회를 줄 생각입니다.”
■ 장기적 안목의 메세나 성공사례로 꼽혀
지난해 한국메세나협회가 국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화예술을 후원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110개 기업으로 나타났다. 문화예술 지원은 유독 경기를 탄다.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을 기업 이미지 제고 같은 홍보 · 마케팅 차원에서 접근하다 보면 경기침체 등의 변수가 발생했을 때 지원 규모를 줄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화의 교향악축제 단독 후원은 장기적 안목으로 이뤄져야 하는 기업 메세나 활동의 성공사례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충관 한국메세나협회 국장이 말한다. “한화가 한국메세나협회와 인연을 맺은 지 10여년 정도 됩니다. 협회 초창기 시절부터 꾸준히 협력사업을 함께 해오고 있어요. 그 이전부터 한화는 대표적인 문화예술 후원 기업이었고 지금은 우리 협회의 아주 좋은 파트너입니다. 우리는 한화의 진정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어요. 한화가 2006년과 2011년 두 번이나 ‘한국메세나대상’을 수상한 것도 그 진정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죠.”
문화예술 지원 사업은 기업 이미지 제고에 도움을 준다. 이 때문에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사업을 곡해하는 대중의 시선도 있다. 부정적인 사건으로 얼룩진 기업 이미지를 문화예술 지원으로 희석해 긍정적으로 포장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한화사회봉사단 관계자는 말한다. “대중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을 올바르게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진정성을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일관성 있고 꾸준하게 지원하면 대중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겁니다. 한화는 교향악축제를 17년 동안 후원하고 있습니다. 3~4년 후원하다 중단하는 기업과 다르죠. 예술계에서도 보여주기식 후원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재석 예술의전당 음악부 부장은 한화와 예술의전당이 맺고 있는 오랜 파트너십은 기업과 문화예술계의 모범적인 동반성장으로도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계열사인 한화생명을 통해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도 후원하고 있어요. 한 그룹에서 두 개의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후원하는 예는 흔치 않죠. 덕분에 예술의전당이 순수 클래식 음악의 저변을 넓히는 데 매우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소외된 지방 공연문화 발전 이끌어
한화는 교향악축제 외에도 클래식 음악 후원과 관련된 다양한 메세나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화 팝&클래식 여행’, ‘한화클래식’,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가 그것이다.
2004년부터 문화예술 공연 관람 기회가 적은 지방 도시를 매년 순회하며 실시해온 ‘한화와 함께하는 찾아가는 음악회’는 2012년부터 ‘한화 팝&클래식 여행’으로 거듭났다. ‘한화 팝&클래식 여행’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갖춘 품격 있는 문화공연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문화 격차를 줄여 문화예술의 저변을 넓히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2013년에는 2a012년부터 추진해온 ‘예술성과 대중성의 조화’라는 콘셉트를 살려 전국 4개 도시에서 클래식, 국악, 대중가요 등 다양한 장르의 컬래버레이션이 돋보이는 3색 콘서트를 선보였다. 2014년 전국 5개 도시에서 펼친 공연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구성해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한화클래식’은 2013년 새롭게 출범한 한화의 클래식 공연 프로그램이다. 세계적인 수준의 품격 높은 클래식 공연을 다양한 관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기획했다. 특히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연주자들의 무대를 선보여 기존 공연들과 차별화했다. ‘한화클래식’은 특색 있는 음악 행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바로크 고전 음악을 첫 회에 선보였다.
한화사회봉사단 관계자는 말한다. “바흐 음악 연구의 대가인 ‘헬무트 릴링’을 초청해 독일 바로크 음악을 소개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관객들이 호응할지는 의심스러웠어요. 그런데 예상 밖으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좌석이 거의 다 팔려 저희도 놀랐으니까요. 새로운 클래식 음악 레퍼토리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 통했던 거죠. 앞으로 준비를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14년에는 이탈리아 고전 음악 해석의 대가인 ‘리날도 알레산드리니’와 그가 이끄는 ‘콘체르토 이탈리아노’를 초청해 성황리에 공연을 진행했다. 두 차례 공연 모두 음악 평론가들이 극찬해온 세계적인 예술인들을 초청해 클래식 애호가들의 만족도를 크게 높인 것이 주효했다. 그뿐 아니라 이해하기 쉬운 해설을 곁들여 클래식 입문자들도 공연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완성도 높은 공연과 눈높이를 맞춘 해설로 다양한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 것이다.
한화그룹이 2004년부터 후원하고 있는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는 매월 두 번째 목요일 오전 11시에 펼쳐지는 음악과 해설이 함께하는 클래식 공연이다. 이 프로그램은 ‘클래식 공연은 오후 또는 저녁에 열린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공연 문화를 개척함으로써 음악 애호가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는 기존의 클래식 공연에서 자주 접하기 어려운 지휘자의 해설을 곁들인다. 그 덕분에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은 좀 더 쉽게 음악을 이해하고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문화예술 통한 사회복지사업도 진행
한화의 사회공헌 철학은 ‘함께 멀리’다. 이런 철학을 가진 한화는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복지사업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2014년부터 청주, 천안 지역에서 시행 중인 ‘한화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2009년부터 시작한 아동 문화예술교육 사업인 ‘한화 예술 더하기’다.
‘한화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현재 현악 앙상블 30여명(천안)과 관악 앙상블 30여명(청주) 등 청소년 60여명이 단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평소 클래식 음악을 접하기 어려운 문화 소외계층 청소년들이 참가 대상이다. 한화는 이들에게 클래식 악기 연주를 가르치고 교향악단 활동을 지원한다. 한화사회봉사단 관계자는 ‘함께 완성해가는 음악’ 의 가치를 가르쳐 인성교육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한다.
“사실 소외계층이라는 표현을 쓰기가 조심스럽습니다. 그래서 대상자를 모집할 때 공식적으로 공고를 띄우지 않아요. 대신에 해당 지역 내 학교에서 추천을 받습니다. 가능하면 문화예술 교육 기회를 접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추천해 달라고 하죠. 소외계층이 아닌 학생들도 뽑습니다. 가정 형편이 서로 다른 학생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입니다.”
‘한화 예술 더하기’는 한화가 2009년부터 8년째 진행하고 있는 아동(초등학생 대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한화그룹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문화봉사활동이기도 하다. 프로그램은 한화 임직원들이 전문 예술강사를 도와 아동들에게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 교육을 제공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매년 이 사업의 혜택을 받는 아동이 1,500여명에 이른다. 한화사회봉사단 관계자는 말한다. “예산만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한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문화예술의 가치가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저절로 학습되는 것 같더군요. 그런 면에서 사회적인 효과도 매우 크다고 봅니다. 어린 시절부터 문화예술을 가까이 접하고 여러 가지 다양한 체험을 하는 것은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니까요.”
2015년부터 시작된 세 번째 시즌(2015~2017년)에서는 그동안의 교육 장르 중 성과와 호응이 높았던 전통문화 교육 콘텐츠(가야금, 사물놀이, 창극, 전통무용, 서예 · 민화)를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화사회봉사단 관계자는 그동안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동들의 우울감과 공격성이 감소했고, 창의성과 자아 지각, 친사회적 행동 등 정서 지능이 향상되는 것을 사후평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육 사업을 하다 보면 아이들의 표정이 바뀌는 걸 볼 수 있어요. 하루하루 밝은 표정으로 바뀌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상당히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음악, 미술, 국악, 연극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교육받은 아이들은 페스티벌 형식으로 발표하는 시간도 가져요. 나름대로 기량이 쌓여 어디에서 공연하더라도 손색없을 만큼 훌륭한 실력을 발휘하는 걸 보면 기분이 참 좋더군요.”
한화그룹은 2007년 한화사회봉사단을 출범한 후 더욱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문화예술 지원 사업을 추진해왔다. 국민들이 문화예술을 보다 쉽고 더욱 다양하게 누릴 수 있게 만들자는 목표였다. 한화는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후원 노력을 인정받아 한국메세나대상 외에도 문화서울후원상 문화나눔상(2007년),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공로상(2014년)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프로그램들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메세나 활동을 더욱 발전적으로 이어나간다는 것이 한화의 목표다. 김상일 한화사회봉사단 부장은 한화의 메세나 활동에 대한 따뜻한 반응이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주변에서 ‘한화가 의미 있는 일을 많이 하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 보람을 느껴요. 또 이런 반응들이 있어야 문화예술 지원 사업에 동력이 생깁니다.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시큰둥하면 기업 내부에서도 공감대를 얻기 힘들어요. 반면에 어떤 행사를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관련 사업을 확대하거나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데 힘을 받을 수 있지요. 이런 측면에서 고객들의 반응이 많은 힘이 됩니다. 저희가 여러 프로그램들을 꾸준하게 해나갈 수 있었던 것도 고객들의 응원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