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도 가세한 일임형 ISA는 예적금 외 여러 투자상품을 담을 수 있는 계좌로 원리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신탁형과는 차이가 난다. 다만 비교적 높은 금액의 자산 운용을 원하는 고객 유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회사들은 더 주목하고 있다.
은행권이 공개한 일임형 ISA의 모델포트폴리오(MP)는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강조한다. 증권사보다 중위험 상품 기준으로 연 4~5%의 기대 수익률을 제시한다. 기대 수익률이 1~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ISA가 국민재산증식프로젝트인만큼 안정성은 은행에서 가장 중시하는 가치다.
각 은행 별 일임형 ISA를 들여다보면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은 은행의 보수적인 투자 성향에 맞춰 초고위험군은 제외했다. 먼저 신한은행은 일임형 ISA를 위해 투자리서치 기업인 ‘모닝스타’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모닝스타는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두고 27개국에 사무소를 둔 글로벌 투자리서치 전문 기업이다.
신한은행은 모닝스타로부터 계량분석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 받아 펀드의 선정과 자산배분 프로세스에 적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 15일 인터넷·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에서의 일임형 ISA 가입 시스템을 열고, 조만간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도 가동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어드바이저(Advisor·조언을 해 주는 사람)의 합성어로, 투자자에게 기존 수익률 데이터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금융상품이나 포트폴리오를 추천해 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말한다.
IBK기업은행도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하고 신탁ISA팀을 꾸리는 등 ISA 가입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기업은행은 영업점에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가입한 고객들이 모바일뱅킹인 ‘i-ONE뱅크’에서 수익률을 조회하고 상품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난해 6월 선보인 ‘i-ONE뱅크’는 예적금, 펀드, 대출 등 200여개 금융상품을 연중 24시간 가입할 수 있는 모바일뱅킹이다. 앱 안에서 채팅상담, 개인별 맞춤형 상품추천, 자산관리 등을 받을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초저위험부터 초고위험까지 10개의 타 은행 대비 다양한 모델포트폴리오로 승부수를 걸었다. 공격형 2종, 적극투자형 2종, 위험중립형 3종, 안정추구형 2종, 안정형 1종 등으로 라인업했다. 국민은행은 일임형ISA 출시를 기념해 다음 달 31일까지 신규가입 이벤트도 진행한다.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에 비해 수익률 제고에 더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이례적으로 초저위험부터 초고위험까지 10개 모델포트폴리오 중에서 중위험에만 3개를 배치했다. 우리은행도 로보어드바이저로 승부를 걸었다. ‘로보어드-알파’는 ISA형, 일반형, 퇴직형 은퇴설계형 등 모두 4가지 유형으로 체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4개 유형별로 안정형에서 공격투자형까지 총 5단계로 투자성향을 진단한 뒤 성향별로 10개 모델포트폴리오를 추천한다. 우리은행은 체계적인 자산관리서비스를 위해 자산관리전문가제도를 도입해, 전국 영업점에 배치된 약 800여명의 예금팀장을 ‘자산관리전문가’로 선정하고, 자산관리 맞춤형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또 우리은행은 6개 저축은행과 업무협약을 맺고, ISA계좌에서 가입 가능한 ‘ISA 적금’을 금융권 최초로 판매하고 있다. 그동안 ISA계좌에 가입 가능한 상품 중에 ‘정기적금’이 없었으나, 이번 협약을 계기로 저축은행의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정기적금을 ISA에서도 비과세 혜택을 받으며 가입이 가능해졌다.
농협은행도 지난 22일 일임형 ISA 경쟁에 가세했다. ‘NH밸런스 ISA(일임형)’은 적극적인 분산투자를 바탕으로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농협은행은 안정추구형 2개, 위험중립형 2개, 적극투자형 2개 등 3개 투자성향별, 6개의 모델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또 수익성 강화를 위해 증권사에서 10년 이상 자산운용 경력을 보유한 전문가를 일임업 담당자로 배치했다.
오는 6월부터 일임형 ISA 수익률이 공개되면 금융회사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넓은 영업망으로 확보 간으 잠재고객이 아직 충분히 남아있는 데다 계좌이동제가 시행되고 투자실적이 좋다면 신탁형에서 일임형으로 갈아타는 고객들 또한 많아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도 일임형 ISA를 팔기 시작하면서 은행과 증권사의 수익률이 같은 선에서 시험대에 오르고 은행의 수익률이 증권사보다 비슷하거나 더 높다면 다수의 고객이 은행 ISA로 갈아탈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