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주를 이루던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아파트 단지가 처음 등장했다. 분당신도시의 파크타운 단지가 그 주인공이다. 정부의 규제완화에 따라 재건축 연한이 30년(종전 40년)으로 단축된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대형 아파트 중심의 1기 신도시에서 ‘1+1 쪼개기 재건축(대형 평수를 중소형 2채로 쪼개는 방식)’ 방식을 선택할 경우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이 낫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분당 파크타운 재건축 추진=25일 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분당 ‘파크타운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는 최근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분당신도시에서 재건축 사업 추진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첫 번째 아파트 단지다. 이 아파트는 대부분 100㎡(공급면적 기준)형 이상의 중대형 평형으로 구성돼 있으며 4개 단지, 3,000여가구가 넘는, 분당에서도 손꼽히는 대규모 아파트다.
파크타운아파트의 한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은 우선 입주자 의결과 주민 동의를 받고 추진위원회를 결성하는 순으로 진행되는데 이제 첫 단계를 시작한 것”이라며 “본격적으로 추진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93년 입주한 파크타운아파트는 재건축 연한 단축으로 재건축 가능 시기가 당초 오는 2033년에서 2023년으로 10년 줄었다.
수내동 B공인의 한 관계자는 “연한 단축으로 재건축에 들어가려면 7년 정도가 남았지만 예전에 비하면 기간이 많이 단축돼 이제는 재건축 사업 얘기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입주가 다소 늦은 파크타운아파트가 재건축을 추진한다면 서현동 시범단지 등 입주가 더 빠른 곳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vs 리모델링, 논의 본격화되나=시장에서는 당장 추진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파크타운아파트가 1기 신도시 중에서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 사업을 의결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보고 있다. 재건축 가능 연한이 30년으로 완화되면서 1기 신도시에서도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 사업을 고민할 수 있을 정도로 시기가 가까워져 왔음을 의미한다.
덧붙여 용적률이 높고 중대형 아파트가 많은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의 경우 ‘1+1 쪼개기 재건축’ 허용으로 재건축의 사업성이 크게 개선돼 리모델링이 아닌 새로운 선택지를 고민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의 경우 현재 리모델링을 선택한 단지들이 늘고 있지만 이 같은 점을 들어 재건축 추진 단지도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 예로 분당신도시의 주요 아파트 용적률은 대부분 200% 이상이다. 재건축 사업 추진시 상향된 용적률을 확보한다면 기존 130~220㎡형의 중대형 아파트를 60~80㎡ 규모의 중소형 아파트로 줄이고 나머지 한 채를 임대용으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도 “중대형 아파트가 많은 경우 면적을 넓히는 리모델링보다 1+1 재건축을 통해 면적을 줄이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오히려 사업성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