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의 이 같은 주장은 한마디로 황당하고 상식 밖의 내용이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 ‘빅3’로 불리는 이들 3사는 1990년부터 2010년까지 20여년간 세계 시장의 70%가량을 점유하며 큰 수익을 냈다. 이 덕분에 노조원들의 주머니도 푸짐해져 울산과 거제가 가장 살기 좋은 도시가 됐을 정도다. 이랬던 조선업계가 수주부진으로 수조원대의 적자를 내며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는데도 회사와 정부 탓만 하고 위기를 ‘나 몰라라’하는 노조의 행태는 누가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노조가 회사와는 입장이 다르다지만 ‘기업생존 따로’ ‘고용보장 따로’일 수는 없다.
더구나 조선업계가 직면한 위기의 원인은 조선사 과잉투자 탓만이 아니다. 계속된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의 저가수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빚어졌다. 이런 상황은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빅3 조선사의 설비를 20% 이상 감축한다는 대원칙 아래 구조조정 액션플랜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절박성 때문이다.
정부는 해운업계와 함께 조선산업에 대한 다각적인 구조조정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방산 부문 빅딜 및 해양플랜트 부문 분리합병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전면적인 구조조정 거부가 설득력을 가질 리 만무하다. 오히려 회사 측과 협력해 고통을 나누는 것만이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회사가 망하는데 노사가 따로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