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인공 신장 칩’으로 약물 독성 연구한다

그동안 진행된 동물실험, 동물이 사람보다 신장 기능 높아 독성 과소평가

분당서울대병원, 최초 인공 생체 칩에 실험모델 적용

약물 독성 평가 정확성 향상…신약 개발 등 각종 응용 연구 가능성 커져

몸의 특정 부위가 아파 먹는 약이 외려 몸 속 노폐물과 각종 대사 산물을 걸러주는 신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때가 있다. 가령 귓병을 치료하기 위해 쓴 항생제가 신부전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는 식이다.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계는 그동안 주로 동물실험을 통해 약물 주입량과 독성을 입증하는 연구를 해 왔다. 그러나 이 동물실험에는 한계가 있었다. 동물이 사람보다 신장 기능이 기본적으로 높아 신장에 미치는 약물의 독성 정도를 정확하게 평가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실험 결과 오류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해법이 최근 고안됐다.

분당서울대학교 병원(김세중 신장내과 교수팀)은 실제 신장 기능을 모사한 ‘인공 신장 칩’을 개발, 이를 통한 최초 약동학(약물 흡수·분포·대사·제거 등 양적 시간에 대한 학문) 연구 결과를 ‘바이오가공기술’ 최근호에 게재했다고 26일 밝혔다.


인공 신장 칩은 실리콘 상·하판 사이에 실제 신장 세포가 이식된 투과성 막이 있는 구조다. 상판에 있는 홈에 신장 독성이 있지만 우수한 항생제로 평가되는 ‘겐타마이신’을 주입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같은 양의 약물을 다르게 투여하면서 각 모델별로 신장 세포의 피해 정도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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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양의 약물을 주입하고 2시간마다 반으로 줄여가는 ‘고용량 단시간 주입’ 모델과 적은 양의 약물을 지속적으로 일정하게 주입하는 ‘저용량 장시간 주입모델’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연구팀은 ‘인공 신장 칩’을 사용해 ‘고용량 단시간 주입법’이 ‘저용량 장시간 주입법’에 비해 신장 세포에 미치는 손상이 훨씬 적다는 사실을 발견, 세포 간 결합 및 세포 투과성 등 세포 주요 기능의 보존 측면에서 더 우월한 결과를 보였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동물실험으로만 제한적으로 드러났던 결과를 인공 신장 칩이 더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밝혀낸 것이다.

김세중 교수는 “‘인공 신장 칩’을 이용하면 다양한 약물 투여방법에 따른 신장 독성 차이를 실제 생체에 가까운 환경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검증 가능하다”며 “고비용 임상시험의 결과를 예측하는 등 신약개발 분야는 물론 기존 약물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투여법 등의 연구에도 새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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