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Science&Market] 우주개발 국가대표 기업 필요하다

허환일 충남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객원 기자

日 미쓰비시重·美 스페이스X

신기술 확보·비용절감 등 총력

우주개발 시늉뿐인 국내 대기업

머스크처럼 통큰 투자 나서야





지난 3월 일본에서 2016 아시아지역 연합 추진공학 국제학술회의(AJCPP 2016)가 열렸다. AJCPP 2016의 핫 이슈는 단연 일본의 차세대발사체 개발 계획이다. 그동안 일본의 발사체는 우수한 기술에도 비싼 발사 비용으로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결국 다가올 2020년대 우주 발사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확보 필요성을 느낀 일본이 저비용·고효율 차세대발사체 H-III를 오는 2021년까지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H-III 발사체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1단의 LE-9엔진 개발이다.

LE-9은 미쓰비시중공업(MHI)이 개발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일본 미쓰비시그룹의 핵심 3대 기업 중 하나다. 미쓰비시그룹은 2015년 매출액이 5,273억달러로 삼성전자의 1,959억달러의 2.7배 정도이며 세계 기업집단의 매출액 1위 기업이다. 22일 시험비행에 성공한 유인 스텔스전투기용 실험비행기 ‘미쓰비시 X-2 신신’도 이 회사 작품이다. 미국·러시아·중국에 이어 세계 네 번째 성공이다. MHI는 H-시리즈 로켓 발사체, 우주선, 인공위성, 전투기, 민항기 등을 개발·생산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종합 항공우주방산기업이다. 이런 거대 기업에서 일본의 대표적인 로켓엔진 개발을 직접 담당한다는 사실이 부러울 따름이다.


“크게 생각하라(You have to think big)”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유독 강조하는 말이다. 머스크는 존재하는 기술 가운데 최고만 받아들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저가에 최고의 제품을 만들려고 한다. 그래서 필요한 최고의 전문가를 찾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는 “테슬라는 가장 좋은 ‘전기차’가 아니라 가장 좋은 ‘자동차’를 만들기 원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부자들의 전유물을 일반 대중에게도 가능하게 만들어 산업생태계를 바꾸려 하고 있다.

관련기사



테슬라의 ‘모델3’ 전기자동차가 그렇고 스페이스X도 로켓의 해상 회수 성공으로 우주 발사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머스크는 로켓을 일상적으로 재사용하게 되면 한계비용(추가로 생산할 때 필요한 총비용의 증가분)이 100분의1로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로켓 재사용은 발사체 1단에 국한하는 얘기다. 그래도 우주 발사 비용이 30% 정도 싸질 수 있다. 발사 비용을 줄일수록 스페이스X의 영업이익은 늘어날 것이다. 록히드마틴과 보잉은 우주개발 사업 분야에서 각각 12.6%와 10%의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다고 한다. 만약 스페이스X가 해상에서 회수한 로켓을 본격적으로 재활용해 상업화하게 된다면 영업이익률이 40%로 치솟을 수도 있다고 미국 투자 정보 웹사이트인 모틀리풀은 전망한다. 그렇다면 애플이나 구글보다 더 높은 영업이익률을 낼 수도 있다고 한다. 바야흐로 우주 사업에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우리도 우주개발을 통한 미래먹거리 창출을 위해서는 스페이스X와 같은 혁신적인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MHI 같은 대형 항공우주방산기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 토양으로는 버겁다. 우리는 일본의 경우를 따라가되 미국 혁신 기업을 참고해야 한다. 당분간은 정부가 주도하되 민간 기업의 참여가 매력적인 상황이 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특히 우주개발은 연속성이 중요하다. 한 번 쉬게 되면 다시 시작하기가 버겁다.

일본은 1996년부터 민간 주도를 준비해 2003년부터는 MHI가 우주개발을 주도해왔다. MHI는 2014 회계연도 매출액이 400억달러(약 46조원)로 전년 대비 18%나 성장했다. 우리나라의 대표 항공우주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2014년 매출액이 2조3,000억원이니 20배 차이가 난다. 과연 대한민국에는 우주개발을 대표할 만한 기업이 있는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KAI·한화·한화테크윈 등 대기업이 우주개발 시늉만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부의 입과 예산만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머스크처럼 크게 생각하는 기업인이 보이지 않는다. 거북선이 그려진 옛 오백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보여주며 영국에서 차관 4,300만달러를 도입해 조선한국 신화를 이룬 고(故) 정주영 회장이 그립다. 거북선보다 오래된 조선 세종 시대의 로켓 신기전을 생각하며 세계적인 항공우주방산기업을 꿈꾸는 기업인이 나타나기를 소원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