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35조원 규모로 커진 중고차시장에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시장판도가 바뀌고 있다. 발품을 팔며 중고차단지를 찾아다니는 시대는 옛이야기가 됐다. 딜러와 직접 만나지 않아도 온라인에서 주문한 중고차가 내 집 앞까지 무료로 배달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거래량은 366만대로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지난해 팔린 신차 대수(169만대)를 두 배 이상 웃돈다. 최근 5년 사이 국내 중고차시장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들의 얇아진 지갑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입차시장이 늘면서 중고차시장도 덩달아 커졌다. 중고차 업계가 파악하는 지난해 국내 중고차시장 규모는 약 35조원. 지난 2004년 164만여대 불과했던 중고차시장은 10년 사이 자동차 관련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장을 성장했다. 올 들어서도 3월까지 이미 93만대가량이 거래됐다.
중고차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도 SK·현대차·롯데 등 대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 허위매물, 중고차매매단지의 호객행위 등 중고차 구매와 관련해 불만을 품었던 고객들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중고차 업체를 선호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00년부터 중고차사업을 시작한 SK그룹의 계열사 SK엔카는 국내 중고차시장의 약 30%를 점유하고 있다. 전국에 26개의 직영지점을 운영하며 연간 6만대의 중고차를 판매한다.
특히 SK엔카직영은 지난해 10월 온라인에서 구매신청을 받아 중고차를 원하는 장소까지 무료 배송해주는 ‘홈엔카’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되지 않고 중고차를 믿고 구매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2014년에는 업계 최초로 자체진단 시스템을 갖춰 중고차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업체들이 앞다퉈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고객들의 소비패턴도 변하고 있다. SK엔카닷컴에 따르면 최근 모바일 방문자가 웹사이트 방문자를 뛰어넘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중고차를 구매하지만 인터넷쇼핑몰에서 소비하던 행태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그룹도 물류회사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중고차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장점은 오프라인 경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중고차경매장 브랜드 ‘현대글로비스 오토옥션’은 매주 1,600여대의 중고차를 거래한다. 경쟁입찰로 투명한 가격에 거래돼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다. 현대글로비스는 내 차 팔기 서비스 ‘오토벨’도 진행하고 있다. 오토벨 전용 콜센터나 홈페이지를 통해 중고차 매각을 신청하면 컨설턴트가 직접 고객을 찾아 좋은 가격에 차를 팔 수 있도록 돕는다. 현대글로비스 측은 “오토벨을 통해 매입한 중고차를 경매를 통해 만족스러운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내고 있다”며 “낙찰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회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렌터카 업체도 하나둘 중고차사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렌터카 1위 업체 롯데렌터카는 물론 AJ렌터카까지 중고차를 사고파는 서비스를 진행한다. 렌터카 업계에서 다소 주춤했던 AJ렌터카는 중고차 서비스 브랜드 AJ셀카를 통해 반등을 꾀하고 있다. 2013년 출범한 AJ셀카는 지난해 매입 물량이 처음으로 1만대를 넘어섰다. 금융업체인 KB캐피탈도 오는 6월 중고차매매 플랫폼 ‘KB차차차’를 처음 선보인다. KB캐피탈은 KB차차차를 통해 중고차 시세 조회와 실제 매물 검색, 내차 가격 조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대기업들의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면서 “고객 유치를 위해 앞다퉈 새로운 상품과 전략을 선보이면서 시장도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