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백상 탄생 100주년 세미나> 정동구 "전쟁상흔 국민에 스포츠 통해 희망심어"

체육부문 정동구 태평양아시아협회 회장

경부 역전 마라톤·MLB 카디널스 초청경기 등

응원나선 국민들 '마음의 상처' 씻고 재기 발판

IOC위원 등으로 활동...스포츠 외교에도 앞장

정동구 태평양아시아협회장이 2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백상 장기영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호재기자정동구 태평양아시아협회장이 2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백상 장기영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오승환 선수가 몸담고 있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지난 1958년 한국에 왔었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정동구 태평양아시아협회 회장(전 한체대 총장)은 백상 장기영 선생을 ‘스포츠로 국민에게 희망을 준’ 인물로 기억했다. 다방면에서 수많은 업적이 있지만 국민 개개인의 마음 구석구석까지 챙기는 백상의 큰 뜻은 체육 부문의 업적을 보면 그대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 협회장은 먼저 1955년 11월14일 백상이 사장으로 있던 한국일보가 주최한 ‘9·28 서울수복기념 부산-서울간 역전 마라톤 대회’를 꼽았다. 그는 “당시에만 해도 아스팔트 도로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면서 “전쟁의 상처에 힘들어하던 전국 각지의 국민들이 장장 520㎞에 달하는 흙길을 에워싸고 마라톤 선수들을 응원하는 모습은 우리 스포츠 사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장면”이라고 강조했다. 4년 후 인천·서울 간 국제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등 역전 마라톤 대회는 이후 한국 마라톤 중흥의 초석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백상의 노력은 해외 스포츠팀의 초빙으로도 이어졌다. 정 협회장은 “지금은 자취를 감췄지만 한때 고교야구의 장이었던 동대문 야구장에서는 1958년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한국 대표팀 간 친선 경기가 열렸다”며 “백상의 초대로 방한한 파란 눈의 야구선수들이 카퍼레이드를 펼치는 모습에 국민들은 한때나마 마음의 상처를 씻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듬해인 1959년 9월에는 세계적인 아이스쇼 팀 ‘홀리데이 온 아이스 쇼’가 백상의 초청으로 방한, 현재 광화문 문화체육관광부 자리에 만든 특설링크에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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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린상업학교 시절 농구 선수로 활동했던 그에게 스포츠는 단순한 게임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백상은 항상 “스포츠를 모르면 촌놈”이라고 강조했다. 정 협회장은 이를 두고 “스포츠의 페어플레이 정신과 끝까지 정정당당하게 임하는 스포츠맨십이 백상의 일상에 배어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체육 부문에서 백상이 남긴 업적은 스포츠맨십 확산을 넘어 스포츠 외교로 이어졌다. 1966년 아시아경기연맹은 백상을 종신회장으로 추대했다. 백상은 또 1967년부터 10년에 걸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의 배경에도 백상이 세계 스포츠계에 마련해놓은 인맥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정 협회장은 “백상은 국제 스포츠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한 단계 높였던 인물”이라며 “오늘날 올림픽에서 10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은 백상이 초석을 다진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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