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은 과거 우리나라 산업화의 1등 공신이었다. 막대한 부가가치와 고용창출 등 전후방 연관 효과를 바탕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지금은 구조조정 대상의 1순위인 취약업종 리스트에 올라 있다. 28일 정부가 신(新)산업 육성을 골자로 한 산업개혁 지원방안을 들고 나온 것은 구조적인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산업 경쟁력 제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절박한 인식이 담겨 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세계 각국은 신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규제완화를 통한 산업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 및 산업재편과 함께 신사업에 대한 중장기 투자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투자를 가로막는 핵심규제 완화도 필수다. 정부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규제프리존특별법의 조속한 입법을 통해 신산업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법안 통과가 필요 없는 과제는 오는 6월 말까지 법령 개정 등을 통해 걸림돌을 없애줄 예정이다.
◇대만·말레이시아에도 뒤진 4차 산업혁명 준비=전 세계는 로봇·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세게 밀려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는 미흡하기만 하다.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UBS가 발표한 4차 산업혁명 적응도를 보면 우리나라의 순위는 25위다. 이는 대만(16위), 말레이시아(22위), 체코(24위)에도 뒤진다.
중후장대 산업의 의존도를 줄이고 산업구조를 글로벌 환경 변화에 맞춰 새롭게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는 지체 상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도한 규제나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는 부진했고 미래 먹거리와 직결되는 R&D 투자는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R&D 투자를 보여주는 지식생산물투자 증감률은 2011년 6.9%에서 2013년 4.4%로 줄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1.5%까지 쪼그라들었다. 신성장동력으로 분류되는 서비스업의 부가가치 비중도 2010년 이후 60% 수준에서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은 4만7,000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만8,600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최하위 수준이다.
◇민간이 선투자 나설 수 있도록 파격적 세제지원=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신산업육성세제’ 등 신산업 투자 패키지를 보면 기존보다 파격적인 수준의 전방위 지원책이 담겼다. 특히 세제지원의 경우 신성장 R&D에 대한 세액공제를 최대 30%까지 늘리는 등 현행 세법상 최고 수준의 혜택을 약속했다.
현재는 R&D 투자에 대해 중소기업에만 세액공제율 30%가 적용되고 중견·대기업의 경우 20%였다. 정부가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수준으로 세액공제율을 대폭 늘린 것은 R&D 투자가 중견·대기업 위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R&D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에 실질적인 혜택을 주겠다는 의미다.
이 차관보는 “과거처럼 정부가 산업개혁을 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정부의 역할은 민간이 신산업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세제혜택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 대상이 될 신산업은 심층평가가 진행 중이며 올해 상반기 안에 선정된다. 정부나 민간이 유망하다고 보는 신산업으로는 지능형로봇, 착용형 스마트기기, 스마트카, 5G 이동통신, 신재생 하이브리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이다. 정부는 지난해 19대 미래 성장동력 산업과 에너지 신산업, 신소재, 고급 소비재, 바이오헬스, 정보통신기술(ICT) 제조융합 등 5대 신산업 등을 유망 산업으로 선정한 바 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이 중에는 중복되는 사업도 있다”며 “빨리 육성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산업, 시장 파급 효과가 큰 산업을 위주로 상반기 중 10여개로 추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