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치킨게임'서 활로 뚫은 태양광, 구조조정 업종에 모범사례로

폴리실리콘 값 상승세 등 힘입어 실적개선 기대

OCI 원가절감, 한화케미칼은 수직계열화 주효

"다른 공급과잉 업종도 살아남는 방법 찾아야"

2915A09 폴리실리콘2915A09 폴리실리콘


한화그룹은 태양광을 미래 신성장사업으로 삼고 한화케미칼을 중심으로 지난 2010년 중국 태양광업체 솔라원과 2012년 독일 큐셀을 잇따라 인수하며 본격 육성에 나섰다. 그러나 2011년 이후 태양광업계가 공급 과잉을 겪으며 태양광사업은 2014년까지 적자에 허덕였다. 유동성 위기론까지 불거졌고 모그룹까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글로벌 업체 간 치킨게임으로 극심한 침체를 겪었지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주도로 꾸준한 투자가 이뤄졌고 한화큐셀은 지난해 흑자로 전환했다. 최근에는 태양광 발전의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며 1년 만에 16달러선을 회복, 대형업체의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당 15달러를 뛰어넘었다. 국내외 폴리실리콘 업체들이 하나둘 쓰러지는 가운데 원가절감노력으로 꿋꿋하게 버틴 OCI와 그룹 내 탄탄한 수직계열화를 이룬 한화케미칼 등은 최근 가격 반등에 따른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치킨게임에서 당당히 승기를 잡아가고 있는 OCI와 한화케미칼의 생존 방식에서 최근 공급과잉으로 한창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조선과 철강·해운 등 관련 업종들이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8일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태양광발전의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주보다 6.48% 급등하며 ㎏당 16.1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16달러를 회복한 것은 지난해 5월 첫주 이후 1년 만이다. 폴리실리콘은 2008년 ㎏당 400달러대에 이를 정도로 금값을 자랑했지만 생산업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2011년 60달러대, 2014년 20달러대로 가격이 폭락했다. 1월 말에는 12.93달러까지 떨어지며 대형업체들의 손익분기점인 15달러를 크게 밑돌아 업계에 위기감이 가득했지만 이후 3개월 연속 강한 반등세를 나타냈다.

최근 가격 강세는 중국 시장 수급 상황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가 자국 웨이퍼 업체들의 폴리실리콘 밀수 실태를 엄격하게 조사하면서 미국산 폴리실리콘 수입이 주춤했고 웨이퍼 업체들의 증설과 가동률 확대로 중국 내 수요가 급증해 중국 내수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랜 기간 치킨게임이 진행되며 업체들이 하나둘 사라진 영향도 점차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KCC와 웅진폴리실리콘 등이 공장 가동을 멈췄고 REC실리콘과 선에디슨 등 해외 업체들이 잇따라 설비 가동을 멈추거나 파산해 공급과잉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


여전히 중국 내 소규모 업체들이 난립해 치킨게임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점차 시장 상황은 나아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관련기사



이처럼 폴리실리콘 가격이 안정세를 찾고 치킨게임이 종료될 경우 OCI와 한화케미칼 등은 살아남은 자의 축복을 누릴 가능성이 커졌다.

연간 5만2,000톤을 생산하는 세계 3위 업체 OCI는 규모의 경제와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공급과잉을 버티고 있다. OCI의 한 관계자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공정 개선과 경영 효율화 등을 통해 원가 수준을 40% 낮췄다”며 “폴리실리콘 가격이 낮게 오랜 기간 유지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업구조를 만드는 데 힘써왔다”고 설명했다. OCI는또 OCI머티리얼즈·OCI리소시즈 등 알짜 계열사를 잇달아 매각한 자금으로 태양광 발전소 건설·운영 사업에 재투자하며 사업을 유지해왔다.

한화케미칼은 생산량이 1만3,000톤으로 대형업체보다 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지만 한화큐셀과 한화에너지 등 그룹 내 태양광 발전 회사들과 수직계열화가 장점이다. 한화케미칼의 한 관계자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어느 정도 올라서면 셀과 모듈 중심의 한화큐셀과 한화케미칼 모두 수직계열화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한화케미칼은 반도체 사업에서 원가 절감 경험이 풍부한 옥경석 전 삼성전자 부사장을 폴리실리콘 사업 부문장으로 영입하는 등 꾸준한 원가 절감 노력을 펼치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폴리실리콘은 대표적인 공급과잉업종으로 OCI와 한화케미칼 등 국내 기업은 원가 절감 노력과 수직계열화를 통해 난국을 헤쳐가고 있다”며 “다른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도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임진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