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이젠 고용부가 기업 임금인상까지 직접 지도하나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엊그제 “근로소득 상위 10%인 연봉 6,800만원 이상 임직원의 임금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언급했다. 30대그룹 최고경영자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다. 특히 이 장관은 “1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연 1억원 이상 받는 임원에 대해서는 임금인상 자제를 집중 지도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자동차·정유·금융·철강·조선 등 5개 업종을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목해 임금인상 자제에 대한 동참을 강력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용부 장관이 기업 임금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는 있다. 국민소득이나 산업경쟁력에 비춰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기업 정규직 임금에 대한 우려 표명에는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이번 언급도 청년고용을 늘리고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좁혀보자는 취지에서 대기업 정규직의 양보를 촉구한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마 그런 의도였을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연봉 수준까지 들먹이며 강력 요청, 심지어 ‘지도’ 운운한 것은 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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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까지 제시하는 것은 일종의 정부 가이드라인이다. 오래전의 관치 냄새가 풀풀 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니 기업 입장에서는 요청이 아니라 압박으로 들리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임금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기업 임금은 정부가 내리라고 해서 내려가고 올리라고 해서 올라가는 게 아니다. 통상 경영여건과 실적에 따라 움직이는 게 임금수준이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대기업 근로자 임금을 정부가 주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고용부 장관이 나서 기업들에 ‘감 놔라 배 놔라’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언제부터인가 정부가 기업 일에 시시콜콜 간섭하는 일이 잦아졌다. 조언이나 지원에 그치면 되는데도 이것저것 개입하고 윽박지르는 경우가 많다. 민간기업에 대한 지나친 간섭은 오히려 반감을 사고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책상머리에 앉아 기업의 임금수준을 파악해 지도 편달하는 게 아니다. 근로자·국회의원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 노동개혁법 통과를 설득해야 마땅하다. 그래야 이 장관의 말처럼 ‘노사정 대타협의 근본정신’이 되살아나고 떨어진 노동개혁의 동력이나마 살릴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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