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기업들이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변경호에 천문학적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테러 위험이 커지고 있는데다 CEO들의 안전이 회사 가치와 직결되다 보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이 해당 기업들의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지출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마크 저커버그의 신변보호 명목으로 총 426만달러(약 48억5,600만원)을 지출해 CEO 경호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업체로 이름을 올렸다.
이어 같은 명목으로 아마존(제프 베저스)이 160만달러, 오라클(래리 앨리슨)이 153만달러를 지출해 뒤를 이었다.
구체적인 지출 명목은 기업에 따라 다양했다. 페이스북이 지난해 신변보호 명목으로 사용한 비용 중 5분의1은 저커버그의 개인 비행기 운영에 지출됐으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경호했던 팀을 자택 경비를 위해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저스는 출장시 경호에 비용을 썼으며 앨리슨은 자택에 첨단 경비 장비를 설치하는 데 대부분의 예산을 지출했다.
외신들은 “CEO가 여행을 너무 많이 다니기 때문에 지출이 느는 것”이라고 비꼬았지만 기업들은 이 같은 비용이 결코 과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유명 기업일수록 ‘CEO가 곧 회사’라는 통념이 있어 이들의 안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법무팀은 “저커버그는 곧 페이스북”이라고 밝혔다. 아마존 역시 “회사의 이익을 생각하면 이 비용은 적당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테러 위협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보스턴 마라톤 테러사건이 발생한 지난 2013년 이후 페이스북은 CEO 신변보호 예산을 2배 늘렸으며 오라클 역시 이를 33% 증액했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 테러와 미국 캘리포니아 샌버너디노 총격사건 발생 직후에는 몇몇 회사가 이사회를 소집해 예산을 증액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기업들의 관련 지출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2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한 해커그룹이 총알로 뚫린 저커버그의 사진을 공개하는 등 CEO에 대한 테러 위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비업체 크롤시큐리티의 티머시 호너 대표는 “IS뿐만 아니라 노동분쟁 등 CEO의 신변을 해칠 수 있는 원인은 다양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