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역사는 훗날 이 순간을 어떻게 기록할까

지난 3월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특별 대국장에서 이세돌 9단(오른쪽)과 인공지능 알파고가 첫 번째 대국을 두고 있다. 왼쪽은 알파고의 수를 대신 두는 대리인으로 나선 아자 황(Aja Huang) 박사다. 아자 황은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연구원이다.지난 3월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특별 대국장에서 이세돌 9단(오른쪽)과 인공지능 알파고가 첫 번째 대국을 두고 있다. 왼쪽은 알파고의 수를 대신 두는 대리인으로 나선 아자 황(Aja Huang) 박사다. 아자 황은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연구원이다.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이 지난 3월9일~15일 펼친 5번기(5판의 대국)가 그야말로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세돌 9단은 초반 3연패로 패배가 확정된 상황에서도 기계나 인공지능에게는 없는 인간 고유의 집념과 의지로 한 차례 승리의 개가를 올렸다. 인간과 컴퓨터가 벌인 ‘세기의 대국’은 결국 알파고의 4대1 완승으로 끝을 맺으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온 나라와 전 세계가 둘의 승부를 보며 손에 땀을 쥐었고, 그 결과에 경악과 탄식을 내뱉었다. 이 세기의 대국은 미묘한 뒷맛을 남겼다. 승자는 말이 없었다. 다만 승자의 ‘아버지이자 대변인(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은 의기양양한 미소가 넘쳤다. 패자는 의연하고 담담했다. 세상 사람들이 패자에게 보내는 열광과 지지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패배했다”며 “앞으로 어떤 미래가 닥쳐올지 두렵다”고 한숨을 쉰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인간이 인공지능을 만들었으니 결국 인간의 승리” 라고 반박한다. 현재로서는 어느 쪽의 시각이 맞는지를 단칼에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이 어떤 미래의 전조(前兆)일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 3월15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5번기가 모두 끝난 후 이세돌 9단이 자신의 사인을 한 바둑판을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왼쪽)에게 선물하고 있다.지난 3월15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5번기가 모두 끝난 후 이세돌 9단이 자신의 사인을 한 바둑판을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왼쪽)에게 선물하고 있다.


인간은 문명의 이기(利器)를 만들어 지구의 지배자가 됐다. 하지만 문명의 이기는 종종 흉기로 변하곤 한다. 칼, 망치, 나아가 핵이 그렇다. 생물은 진화한다. 그런데 생명이 없는 기술도 진화한다. 물론 인간의 힘을 빌려 진화하지만 때로 기술 그 자체가 진화의 힘을 가진 듯도 보인다. 기술을 맹신하고 기술에 현혹되는 인간을 도구로 삼아서 말이다.


인공지능이 인류를 돕는 반가운 이기가 될지, 아니면 인류를 위협하는 치명적인 흉기가 될지, 그것은 전적으로 인간에게 달려 있다. 다행히도(?) 인간의 능력에 근접하는 고도의 인공지능은 제법 먼 미래에나 가능하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선택의 시간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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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윤현 기자 unyon@hmgp.co.kr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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