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를 바탕으로 4조원 규모로 성장한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시장에서 각양각색의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헤지펀드 운용업 진출 문턱이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자산운용사들은 주식·채권에 국한되지 않고 색다른 상품을 내놓고 있다.
보고펀드자산운용(옛 보고인베스트먼트)는 지난달 28일 전 세계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첫 헤지펀드를 금융당국에 등록했다. 200억원 규모로 조성된 이번 상품은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미국 ETF를 주로 편입하며 약 3개월 동안 운용될 예정이다. 보고펀드는 유럽 지역의 ETF를 비롯해 환율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헤지펀드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공모주를 주요 투자 대상으로 삼는 헤지펀드도 등장하고 있다. 현대자산운용과 LK자산운용 등은 최근 기업공개(IPO)를 통해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기업 중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내놓았다. 올해 안에 호텔롯데, 두산밥캣, 삼성바이오로직스, 넷마블게임즈 등 공모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는 대형 업체들이 줄줄이 상장을 예고하고 있어 투자 기회가 충분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부동산 역시 헤지펀드의 단골 투자 대상이다. 종합 부동산 그룹 MDM이 만든 한국자산에셋운용은 국내 사무실(오피스)·물류센터는 물론이고 동남아시아 지역의 부동산까지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다. 페블스톤도 부동산을 편입하는 헤지펀드를 준비 중이다. 페블스톤을 이끄는 황태웅 대표는 부동산 자산에만 1조원 이상의 투자금을 집행한 전문가로 꼽힌다.
한강에셋자산운용은 사회기반시설(인프라)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한강에셋자산운용은 건설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대보그룹의 오너 2세인 최정훈 대보건설 부사장이 주요 주주다. 선박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헤지펀드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투자 펀드를 운용하는 국제선박투자운용은 지난해 12월 한국교통자산운용을 설립해 금융당국에 등록한 상태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여러 자산운용사가 헤지펀드 시장에 들어오면서 투자 대상도 점차 다채로워지고 있다”면서 “주식·채권 등 전통 자산을 편입하는 상품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