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전형 과정에서 일부 합격자들이 대법관·검사장 등 부모나 친인척의 스펙을 자기소개서에 자세히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현대판 음서제’로 불린 로스쿨 입학의 어두운 단면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번 조사결과가 로스쿨 폐지 등으로 확대 해석되기보다는 입학 투명성을 강화하는 정책 수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부는 2일 전국 25개 로스쿨의 최근 3년간 입학전형 6,000여건을 처음으로 조사한 결과, 합격자 중 24명이 자기소개서에 부모·친인척의 신상을 기재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가운데 5건은 ○○시장, 법무법인 ○○ 대표, ○○공단 이사장, ○○지방법원장, ○○변호사협회부협회장 등과 같이 부모와 친인척의 이름과 직장명 또는 직책을 구체적으로 기재했다. 이 중 1건은 로스쿨에서 ‘기재금지’를 사전에 알렸음에도 지원자가 자기소개서에 신상을 써 규정 위반으로 인한 부정행위 소지가 인정되는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4건은 대학이 기재금지를 고지 않아 부정행위로는 보기 어렵다고 교육부는 판단했다.
또 부모나 친인척의 직위나 직장명 등을 단순 기재한 사례도 19건에 달했다. 친인척의 성명과 재직시기는 밝히지 않고 대법관, ○○시의회 의원, ○○청 공무원, 검사장, ○○법원 판사라고 기재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측이 신상 기재를 금지했더라도 지원자가 자기소개서에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기재한 것과 최종합격 사이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외부 법률 자문을 한 결과에 따르면 지원자의 부정행위로 인정될 소지가 있어도 대학의 과실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합격취소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육부는 기재금지가 고지된 상황에서 지원자의 부정행위 소지가 있는 8건에 해당하는 6개 대학(경북대·부산대·인하대·제주대·충남대·한양대)에 기관경고 조처를 내리기로 했다. 학생선발 책임자와 로스쿨 원장에게도 주의 조치를 한다. 기재금지를 알리지 않은 7개 대학(경희대·고려대·동아대·서울대·연세대·원광대·이화여대)에도 기관경고와 주의 조처를 내릴 방침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내린 징계는 13개 대학에 대한 기관경고 조치뿐이고 추가로 로스쿨에 부모 등의 성명과 신상 관련 사항 기재금지 조항을 명문화하고 응시 원서에 보호자 성명과 근무처 기재 사항을 삭제하도록 강제한 것 말고는 별다른 조처가 없는 실정이다.
법조계에서도 이번 조사 결과를 계기로 로스쿨 입학전형에 대한 보다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은 “자기소개서에 부모의 스펙을 쓰는 일을 전면 금지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하고 면접 과정에 외부 전문가를 많이 참여시키는 등 절차도 한층 투명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조사 결과를 보면 대대적인 입학 비리라 보기 어려울뿐더러 국민적 합의를 통해 마련한 제도에서 일부 문제가 드러났다고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올바른 문제 해결 방식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일반 대학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 데는 교육부가 로스쿨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던 책임이 크다”며 “앞으로 입시 요강을 개선하고 철저하게 제도를 정비해서 다시는 이런 논란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용·서민준기자 yong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