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단독]예스24, "출간 10종 미만 출판사는 직거래 안돼" 규정 변경

신생출판사에 '거래장벽' 논란

"몇 종으로 정해준 것 아니며 권고했을 뿐” 어설픈 해명

교보,인터파크 등 다른 온라인서점은 직거래 요청 받아들여

출판인회의 "신생출판사 권익 침해 우려" 반발

국내 최대 온라인서점인 예스24가 신생 중소 규모 출판사에 대한 거래장벽을 일방적으로 높여 눈총을 사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예스24는 최근 직거래를 희망한 신생 출판사에 내부 규정이 변경돼 직거래를 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 통보는 “(예스24는) 효율적으로 도서를 유통할 수 있도록 신규 거래정책과 절차를 변경했다”면서 출간 종수가 10종 미만인 신규 출판사는 예스24와의 직거래 대상에서 배제될 것임을 밝혔다.

이에 따라 신생 출판사는 원칙적으로 도매업체와 거래계약을 맺어야만 예스24에 책을 납품할 수 있게 됐다. 출판사의 한 관계자는 “예스24에 연락해 직거래 요청을 했지만 규정이 바뀌었다며 도매업체와 계약을 맺으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온라인서점·신규출판사 거래 규정온라인서점·신규출판사 거래 규정




예스24는 거래 규정 변경과 관련 일단 “몇 종으로 딱 잘라 기준을 정해준 것은 아니며 신생출판사 책은 유통이 활발히 안 돼 출판사에 (도매업체와 계약을 하라고) 권고했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예스24의 발송 e메일에는 ‘출간 종수 10종 미만 신규 출판사’가 직거래 배제 조건으로 분명히 적시돼 있다.

다른 온라인서점인 교보문고·알라딘·인터파크의 경우 출판사가 원할 경우 직거래 요청을 모두 받아주고 있는데다 어설픈 해명까지 더해지며 예스24가 강자의 논리를 앞세워 신생출판사를 희생양으로 제 잇속을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출판가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해 국내 최대 온라인서점 답지 않은 꼼수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예스24가 일반 단행본의 통상매절공급률(팔다 남은 책을 반품하지 않는 조건으로 책을 공급할 때 적용되는 공급률)을 최대 5% 이상 상향 조정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데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한 편법을 구사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도매업체와 계약할 경우 출판사가 서점 등 도서유통·판매 업체에 공급하는 정가 대비 도서가격 비율인 공급률은 낮아질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출판사 관계자는 “도매업체는 대부분 고정된 공급률을 제시하고 인상도 쉽지 않지만, 온라인서점은 협상 과정에서 공급률을 인상하는 것이 가능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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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예스24 관계자는 “직거래를 하는 것보다 도매업체를 통해 책을 받는 비용이 더 많이 들며 공급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실제 예스24가 언급한 도매업체가 제시하는 공급률보다 예스24가 신생출판사에 적용하는 공급률이 조금 더 높다는 것이 출판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번 예스24의 거래정책 변경은 신생출판사의 권익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다. 공급률뿐 아니라 다른 조건을 따져도 직거래를 하는 것이 신생출판사에는 훨씬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매업체는 온라인서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물량을 주문하기 때문에 반품 물량도 클 수 있어 출판사 입장에선 반품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 도매업체는 출판사에 현금이 아닌 수개월 짜리 어음을 끊어주기 때문에 대금을 돌려받는 기간이 길어진다.

업계 내부에서도 직거래가 유리한데 왜 예스24가 정책을 변경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익명의 온라인서점 관계자는 “유통이 안돼 생기는 재고 부담은 소량으로 책을 받은 후 반품을 하면 해결될 일”이라고 말했다. 물론 완성도가 떨어지는 책을 팔려고 하는 출판사를 거르기 위한 예스24의 고육지책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단행본 출판사의 대표는 “정말 안 팔릴 것 같은 책을 들고 오거나 책을 낸 후 바로 도산하는 경우도 있다”며 “예스24가 문턱을 좀 높인 것 같다”고 말했다.

출판인회의는 예스24의 거래 규정 변경과 관련, 신생출판사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윤철호 출판인회의 회장은 “도매업체와 계약을 맺을 경우 신규출판사가 져야 할 부담이 커 이 문제는 단순히 개인대 개인의 거래로만 볼 수 없다”면서 “저항력이 없는 신생출판사를 도와줄 책임이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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