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류정필의 음악 이야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필자는 공연을 위한 장소에 도착한 후 1층 객석 맨 끝에서 무대를 한번 바라보는 습관이 있다. 객석에서 청중들의 시각을 체험해 보고 싶기 때문이다. 만약 그곳이 새로운 공연장일 경우 필자의 가슴은 주책없이 설레곤 했다.

지난주 공연을 위해 전남 광주에 갔었다. 광주에는 지난해 11월 처음 문을 연 새로운 공연장이 있다. 옛 전남도청 일대에 자리한 공연장은 위치도 광주시를 대표하기에 손색이 없고 시설 또한 훌륭해 필자는 도착하자마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이곳의 이름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다.


관계자의 말로는 이곳의 거의 모든 운영이 정부 지원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자체 기획공연 등 질 좋고 색다른 공연을 유치하고 만들 수 있는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공연장인 셈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울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역시 업무의 많은 부분이 공연장 대관에 할애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무엇보다 공연장의 규모가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한두 개의 극장과 갤러리 정도를 갖춘 정도가 아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공연을 위한 ‘예술극장’, 5.18광주민주화운동 관련 기념관 및 전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민주평화교류원’, 아시아 문화를 연구하고 문화예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문화정보원’, 전문 예술가들의 문화 창작을 지원하는 ‘문화창조원’, 그리고 어린이들이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꿈을 키울 수 있는 ‘어린이문화원’ 등으로 구성돼 종합공연장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규모다.

관련기사



성악가 입장에서 이곳 예술극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우선 두 개의 극장으로 이루어진 시설 중 소극장 격인 극장2(총 객석 수 512석)는 자연음향이 매우 훌륭했다. 극장1은 1,120석 규모의 대극장인데 우리나라 최초의 ‘가변형 극장’으로서 무대와 객석의 활용에 따라 어떤 모습으로도 변할 수 있는 그야말로 전천후 공연장이다. 필자가 이 극장에 들어섰을 때 안에서는 일본의 독특한 무용 양식 ‘부토(舞踏)’의 창시자 ‘히지카타 다츠미’를 기리는 프로그램 <방언>의 무대 준비에 한창이었다. 그 광경을 보며 이 극장의 무한한 가능성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우리의 공연문화는 우리의 손으로 우리에게 맞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필자의 평소 신념을 이루어 줄 수 있는 극장이 바로 이런 곳이 아닌가 하는 확신을 받기도 했다.

‘세계를 향한 아시아 문화의 창’.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구호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발전을 원동력 삼아 우리나라 문화가 아시아를 대표하고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공연계의 한 사람으로 진심을 다해 기원한다. (테너)

김경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