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서울시 근로자이사제 성공하려면

이재용 사회부 차장

이재용 차장이재용 차장




서울시가 경영계의 우려에도 15개 산하 공기업을 대상으로 ‘근로자이사제’ 도입을 강행하기로 했다.


근로자이사제는 근로자를 대표하는 1~2명이 이사회에 참여해 사업 계획, 예산, 정관 개정 등 주요 사항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근로자이사제 도입을 발표하면서 배경으로 사회적 갈등 비용 예방 효과를 첫 번째로 꼽았다. 근로자이사제가 우리나라의 심각한 노사 갈등을 해소할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기대와 달리 근로자이사제가 앞으로 노사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근로자이사제 도입 대상 기관인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노동조합이 최근 보여준 행태는 이 제도가 노사 관계의 새로운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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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노조는 서울시가 추진하던 지하철공사 통합을 투표로 부결시키며 통합 자체를 무산시켰다. 당시 서울시는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통합에 따른 경제적 효과의 절반을 근로자 처우 개선에 사용하며 사당역세권 개발 수익 전체를 지하철 적자 해소에 사용하는 등의 ‘당근’을 제시하면서 노조를 설득했다. 이번에 도입된 근로자이사제 역시 서울시가 지하철공사 통합을 추진하며 제시한 방안이었다. 하지만 지하철 노조는 이처럼 서울시가 차려준 밥상마저 걷어차 버린 셈이다. 이는 중복 인력 해소와 비용 절감 등 통합 후 진행될 경영 효율화에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결국 이들 노조는 4조원이 넘는 양 공사의 적자 감축이라는 절박한 과제를 외면한 채 노조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선택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조차 이들 노조가 “진짜 바보짓을 했다”며 안타까워했을 정도다.

서울시의 주장처럼 근로자이사제는 기업 경영에 이해당사자인 근로자가 직접 참여해 경영자와 ‘협치’를 실현하는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공기업·대기업 등 거대 노조가 보여준 집단 이기주의 행태를 생각한다면 현재로서는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따라서 근로자이사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공기업 노조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적자 감축과 경영 효율성 제고라는 시대적 요구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 같은 노조의 인식 전환이 수반되지 않으면 근로자이사제는 공기업 노조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또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서울시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조만간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할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향후 행보 역시 유심히 지켜봐야 할 일이다. jylee@sedaily.com

이재용 사회부 차장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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