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셋, 침팬지~”
재레드 다이아몬드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교수와 독자들이 기념촬영을 위해 ‘치즈’ 대신 외친 구호다. 다이아몬드 교수의 저서 중 ‘제3의 침팬지’에서 따온 것이다.
1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진행된 ‘다이아몬드 교수와의 지식의 성찬’에서는 29명의 독자가 다이아몬드 교수와 오찬을 함께했다. 서울경제 썸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sedailythumb)를 통해 선정된 학생, 출판사 관계자, 연구원, 잡지사 에디터, 회사원 등 다양한 이들이 모였다.
진행을 맡은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인류 25만년 역사를 훑어온 다이아몬드 교수와의 시간이 길지 않으니 주저하지 말고 기회를 잡으라”고 말문을 열자 쉴 새 없이 질문이 이어졌다.
독자인 김제문씨가 “최근 300년 동안 문명이 급격히 발전했지만 최근에는 속도가 느려졌다. 언제까지 문명이 발전할 것으로 보느냐”고 첫 질문을 던지자 다이아몬드 교수는 “33년 정도 더 발전할 것 같다”며 “농담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자원 고갈과 심각한 불평등, 테러리즘 같은 당면 과제를 33년 내 해결하지 못하면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다만 다이아몬드 교수는 “33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긍정적인 미래가 이어질 가능성도 51% 정도는 된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참석자 다수가 요즘 한국 사회의 최대 화두이기도 한 불평등의 해결책을 물었다. 김미애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가별 불평등을 어느 지점에서부터 해결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예를 들어 교수님이 지금 10만달러로 개발도상국을 도울 수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하겠느냐”고 질문하자 다이아몬드 교수는 말라리아 퇴치에 투자했을 때 빈곤 개선 효과가 가장 컸다는 한 미국 경제학자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내게 10만달러가 있다면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는 데도 투자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술과 행복의 관계에 대해서는 “큰 영향이 없다”며 중립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의료 등 각종 기술이 발전한 미국에서 사는 것이 어떤 부분에서는 행복하지만 태어난 집에서 죽을 때까지 대가족에 둘러싸여 사는 파푸아뉴기니의 삶이 더 행복해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 연구원인 박용삼씨는 “포스코는 단순히 제품이 아니라 문명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혹자는 철기 시대가 끝났다고도 하는데 인류의 성장을 결정하는 변수로서 철의 미래를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다이아몬드 교수는 “철(steel)은 여전히(still) 미래가 밝다”며 “매장량이 적은 티타늄 등 다른 금속이 철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고 재치를 발휘했다. 그는 저서 ‘총, 균, 쇠’에서 특정 민족, 국가가 여타 집단보다 더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철을 지목한 바 있다.
한 기업의 대학생 기자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상혁씨는 신조어 ‘헬조선’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청년들을 위한 조언을 요청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사실 통계를 보면 미국이 오히려 한국보다도 계층 이동의 기회가 적다”며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그는 “자원 빈국인 한국이 50년 전 똑같이 가난했던 가나·필리핀과 달리 놀라운 발전을 이룬 것은 한국인들의 근면함, 단점을 극복하려는 노력, 꾸준함 덕분”이라며 애정을 표시했다. /유주희·서민준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