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반품·전시품이면 어때"...불황에 'B급 제품' 불티

가전 등 전문 오픈마켓 등장...유통기한 임박한 신선식품도 잘 팔려

1415A01 B급 제품 유통채널·취급 상품별 주요 전문업체1415A01 B급 제품 유통채널·취급 상품별 주요 전문업체




# 직장인 김성태(34·가명)씨는 얼마 전 온라인쇼핑몰에서 원하던 노트북을 거의 반값에 구매했다. 비록 전시제품이라 흠집도 약간 나고 손때도 묻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새 제품을 사도 한두 달만 쓰면 비슷한 상태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오히려 노트북에서 아낀 돈으로 다른 PC용 주변기기를 구입할 수 있어 김씨는 충분히 만족했다.

최근 경기불황이 지속되자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유통기한 임박, 전시, 리퍼브(반품 제품 등 약간 흠집 난 중고품),렌털 등 새것과 견줘 손색없는 B급 제품의 수요가 많아졌다. 오프라인에서는 재고가 동날 정도로 이들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온라인에서는 B급 제품만 처리하는 쇼핑몰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등 관련 시장이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중소 유통업체 쇼핑코리아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비롯해 렌털·리퍼브·전시·중고 제품 등을 주로 취급하는 온라인오픈마켓 사이트 ‘타임투프라이스’를 열었는데 한 달 만에 하루에 1,000여명이 접속할 만큼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B급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기존 쇼핑몰과 달리 첫 전문 오픈마켓이라는 점이 주목도를 높였다. 김준표 쇼핑코리아 대표는 “불경기에 알뜰 소비자도 많고 1인가구도 늘어 예상보다 반응이 좋다”며 “연내 모바일 앱까지 출시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음식이 한 해에 7,000억원어치이고 수거비와 폐기비용을 더하면 1조원에 달한다”며 “이 사업을 통해 조금이나마 국가적으로 낭비를 막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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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투프라이스처럼 온라인상에는 B급 제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쇼핑몰이 부지기수다. 노트북·PC·전자기기 등 리퍼브 제품과 매장 전시 가전·가구 제품을 유통하는 리퍼브샵·반품세일닷컴·전시몰 등을 비롯해 화장품·음식 등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을 헐값에 파는 떠리몰·임박몰·이유몰·땡처리몰 등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1~2년 지난 백화점 의류를 아웃렛에서 싸게 파는 것처럼 온라인상에서도 가전·화장품·신선식품 등에 대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오프라인 기반 유통채널에서도 전시 제품과 유통기한 임박 상품의 수요는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4월부터 온라인쇼핑몰에서 PC·노트북·태블릿PC 리퍼브·전시 제품을 팔고 있는 롯데하이마트의 경우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달 30%씩 급신장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판매 초기와 지난달 매출을 비교하면 무려 500%나 증가했다. 롯데하이마트는 리퍼브·전시 제품을 찾는 수요가 늘자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10여종에 불과했던 품목 수를 60여종까지 확대했다. 제품 수준도 낮은 사양 위주에서 게임까지 가능한 고사양 제품으로 끌어올렸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성능과 기능은 신상품과 큰 차이가 없는데 작은 흠 때문에 가격이 30~70%나 싸니 소비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며 “고객 신뢰를 높이기 위해 무상 사후서비스(AS)도 최대 1년까지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매일 폐장 직전 과일이나 채소 등 유통기한이 다돼가는 신선식품을 반값 수준에 파는 이마트도 요즘 관련 매대에 상품을 내놓기가 무섭게 사라질 정도로 장사가 잘된다는 후문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냉장고나 TV 등 전시용 가전제품은 거의 재고가 남지 않을 만큼 전부 다 팔린다고 보면 된다”며 “폐장시간이 임박하면 할인해 파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도 최근 들어 더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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