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서울포럼 2016]"인류불평등 해결에 기업역할 중요...정부보다 한발앞서 대응을"

재레드 다이아몬드-박용만 대담

정부 실패에 따른 국가 위기는 타협 실패로 인한 것

민주주의 부재·지리적 한계에 中은 'G1' 될 수 없어

지금까지 하던 대로만 하면 한국 지속적인 발전 가능

인류 '핵참사' 위기...北보다 印·파키스탄이 더 문제

자원 매개로한 전쟁 가능성 있지만 인류미래 낙관

재래드 다이아몬드(오른쪽) UCLA 교수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6에 참석해 대담을 하고 있다./권욱기자재래드 다이아몬드(오른쪽) UCLA 교수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6에 참석해 대담을 하고 있다./권욱기자




인류역사 분야의 세계 최고 지성으로 꼽히는 재레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교수는 환경파괴와 불평등 심화 등 인류사회가 직면한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한 ‘서울포럼 2016’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다이아몬드 교수는 지난 12일 한국을 출국하기 앞서 신라호텔에서 가진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의 대담에서 “기업이 정부보다 앞서 인류가 닥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솔선하는 사례들이 있다”며 “기업 스스로 높은 규준을 세워 대응하면 인류사회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와 미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달리는 한국의 대표 기업인.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의 만남처럼 이질적으로 보이는 다이아몬드 교수와 박 회장의 대담은 공감대의 연속이었다. ‘서울포럼 2016’를 계기로 성사한 이 자리는 박 회장이 세기의 지성에 답을 구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한 시간 가까이 영어로 의사소통이 이뤄진 이번 대담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자 19세기 이후 역사적 실패만 거듭했던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게 된 배경부터 민주주의와 리더십, 중국의 미래와 북한문제 등 국제 사회의 현실적 문제 등 광범위한 주제를 아울렀다.

재래드 다이아몬드(오른쪽) UCLA 교수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6에 참석해 대담을 하고 있다./권욱기자재래드 다이아몬드(오른쪽) UCLA 교수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6에 참석해 대담을 하고 있다./권욱기자


△박용만 회장=인류가 안고 있는 문제로 환경파괴와 자원고갈, 불평등 등을 꼽으신 것으로 압니다. 한국 역시 이산화탄소 배출권과 자원 관리, 양극화 등 이 모든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비정부단체(NGO)가 각각 어떤 역할을 해야겠습니까.

△다이아몬드 교수= 글로벌 석유회사 셰브런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셰브런은 각국 규제이슈와는 별개로 스스로 만든 엄격한 환경규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원유를 다루는 회사가 환경을 위해 일하고 있는 셈인데 이는 기업인들에게 의미 있는 사례입니다. 가령 바레인에서는 노르웨이보다 상대적으로 환경규제가 약한데도 이 회사는 동일하게 엄격한 기준을 세워 적용합니다. 이는 만에 하나 나중에 직면하게 될 규제 리스크를 피하고 더 큰 비용 지불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이는 기업이 정부보다 앞서서 사회적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박 회장=사실 정부의 실패는 인류의 역사에서 종종 목격돼온 것이 사실입니다. 인류는 군주제·민주화 등 서로 다른 정치 체제를 경험하면서 진화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정부 실패가 종종 발생했지요. 혹자는 지금 우리가 유지하고 있는 이 시스템도 미래에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하는데 미래를 위한 대안이 있을까요. 앞으로 필요시되는 것은 어떤 리더십이라고 보십니까.

△다이아몬드 교수=마치 제 다음 저서에 대한 관점을 묻는 것 같은 질문이군요. 정부 실패에 따른 국가 정치 위기는 (정치적) 타협의 실패로 인한 것으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원거리 대화는 일상화됐지만 서로를 마주보면서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사회구성원 간 타협이 실종되고 있는 것이죠. 특히 온라인상으로는 형편없는 저질 표현들이 난무하는데 이런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상용화하면 타협이 더뎌질 수밖에 없습니다.

△박 회장=맞습니다. 저 역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어가 많지만 회의감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화제를 중국으로 바꿔 볼까요. 중국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오는 2030년이면 중국이 슈퍼파워, 즉 미국을 제치고 ‘G1’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다이아몬드 교수=중국은 매우 가난한 단계에서 출발했기에 단기간에 현격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봅니다. 중국이 막강한 힘을 갖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결정적인 결함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민주주의의 부재입니다. 중국이 미국을 세계 패권의 무대에서 밀어내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독재의 좋은 점은 의사결정 과정이 빨라 중앙정부 주도의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역으로 이는 옳지 못한 결정도 빠르게 결정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민주주의는 그래서 매우 중요합니다. 중국은 지금껏 철저한 공산독재 정신으로 급성장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민주주의의 기틀을 잡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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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지만 정치적으로 사회주의를 택한 중국은 지속성장이 어렵다는 말씀이시군요. 다만 온라인 공간을 통해 소통하고 각자의 의견을 교류하는 데 점차 익숙해지면서 중국에서도 1당 독재가 무너질 수 있지 않을까요. 덩샤오핑·후진타오 등은 절대적인 권력을 가졌지만 앞으로는 대중의 힘으로 지도자의 파워가 약해질 가능성도 있을 텐데요.

△다이아몬드 교수=가능한 전망입니다. 중국이 지금의 정치 체제를 버리고 민주화한다면 미국의 정치 체제를 따르게 되겠지요. 다만 중국은 지리적으로도 좋은 조건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미국은 두 개의 대양을 끼고 있어 동서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 덕분에 연방제를 통해 각 주가 서로 티격태격하며 의견을 조율해왔어요. 민주주의의 근간인 타협의 정치가 가능한 셈이지요. 하지만 중국은 이러한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박 회장=한국도 한국전쟁 이후 가장 가난한 국가에서 급격한 성장을 이뤄왔습니다. 과거 한국의 고성장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그리고 앞으로 한국이 보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궁금합니다.

△다이아몬드 교수=두 가지 요인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은 한국이 온대성 기후 국가라는 점입니다. 열대기후 국가들은 대개 1차 산업에서 거둬들이는 생산성이 낮은데 이는 병충해와 질병 때문입니다. 온대성 기후에 속한 한국은 이러한 지리적 결함을 피할 수 있었고 결국 필리핀이나 가나 같은 당시의 부국보다 먼저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한국인 특유의 근면 성실함, 그리고 교육열입니다. 한글이라는 독자적 문자 체계도 성장을 뒷받침한 중요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북한과의 관계 회복이라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단기간에 쉽사리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박 회장=교수님께서는 인류 위협의 가장 큰 요소로 ‘핵 전쟁’을 꼽기도 하셨는데 북한 핵 문제가 국제 사회 주요 이슈로 떠오른 지금 어떤 해법이 필요할까요.

△다이아몬드 교수=북한만이 핵 보유국이 아닙니다. ‘핵 홀러코스터(nuclear holocaust·핵 참사)’라는 큰 문제가 인류 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핵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틀을 좀 더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북한보다 더 큰 문제로 인식해야 하는 것이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 문제입니다. 테러리스트들이 핵 무장을 갈구하고 있는 지금 인도 또는 파키스탄 정부가 핵무기나 핵 원료에 대한 관리 강화를 제대로 이루지 못해 테러단체 수중으로 들어간다면 걷잡을 수 없는 문제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박 회장=마지막으로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다이아몬드 교수= 철과 석유·구리 등 여러 자원이 존재하는 한 자원을 매개로 하는 전쟁이 유발될 가능성은 상존합니다. 그래도 저는 인류의 앞날에 대해 조심스러운 낙관을 제기해 봅니다. 숫자로 표현하면 51%의 낙관과 49%의 비관이라고 해두죠.

박해욱·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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