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온실가스 차입한도 확대만으론 거래활성화 어려워

탄소배출권 시장이 도입 1년이 넘도록 ‘개점휴업’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자 정부가 보완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17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2015~2017년에 한해 기업이 다음해에 할당된 배출권을 미리 사용할 수 있는 차입한도를 10%에서 20%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온실가스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당장 다음달 말까지 일정 배출권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에 부과될 과징금 폭탄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다.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이해할 만하다. 지난해 탄소배출권 거래량은 124만톤으로 정부가 할당한 5억4,322만톤의 0.2%에 그쳤다. 올해 거래분(약 100만톤)을 합해도 1%에 못 미친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할당배출권이 거래된 날은 8거래일, 상쇄배출권은 16거래일에 그쳤다. 배출권 구매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배출권 차입 한도를 늘려주고 정부 보유 예비물량까지 풀기로 한 이유다.

관련기사



하지만 이번 조치는 근본적인 시장 활성화와는 거리가 먼 임시방편일 뿐이다. 다음해 물량 20%를 당겨쓰면 당장은 넘어가더라도 다음해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풀기로 한 예비보유 물량 1,400만톤도 한해 할당량 5억7,000만톤에 비해서는 미미하다. 더구나 배출권을 시장에 풀면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 범위도 늘어나게 돼 배출권할당제 도입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배출권 시장의 문제는 팔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시장 활성화의 전제조건은 수급균형이다. 배출권이 남는 기업이 물량을 시장에 내놓아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배출권 이월 한도를 특정하는 등 추가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 참여자 확대와 기업별 할당량 정보 공개 등의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건이 남아도는데도 팔지 않는다면 먼저 그 이유를 찾아 푸는 게 순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