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러 의존도 낮추자" EU, 대규모 가스관 건설

카스피해~이탈리아 870㎞ 잇는

아드리아해 횡단 가스관 착공

450억弗 투입...2020년 개통



유럽연합(EU)이 카스피해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남부유럽까지 끌어오는 대규모 가스관 공사에 나섰다. 이번 사업은 에너지로 서방의 경제제재를 무력화하려는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포석이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마로스 세프코비치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 등은 송유관 경유 예정지인 그리스 테살로니키에서 ‘아드리아해 횡단 가스관(TAP)’ 기공식을 열었다. 이 공사는 아제르바이잔의 ‘샤 데니즈’ 가스유전에서 터키까지 이어진 가스관을 그리스와 알바니아를 거쳐 이탈리아까지 870㎞를 잇는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는 450억달러(약 53조1,315억원)으로 추산되며 오는 2020년 개통 예정이다.


세프코비치 부위원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사는 에너지 공급처를 다양화하는 사업”이라며 “가스관이 투르크메니스탄·이란·이라크 등 에너지 부국 근처에 건설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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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9년 발견된 샤 데니즈 유전은 해마다 천연가스 160억㎥를 생산하는 초대형 유전이다. EU는 유럽투자은행(EIB)에서 20억유로(약 2조6,670억원),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에서 15억유로 조달을 추진하는 등 이번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EU가 이번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러시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에너지 비중을 줄이기 위해서다. EU는 2013년 기준으로 가스 수요량의 약 26%를 러시아에 의지해 러시아가 공급을 중단하면 에너지 대란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로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EU의 대러시아 경제제재에 불만을 나타내며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를 줄이겠다”고 경고했다. 또 러시아 국영 에너지 업체 가스프롬은 지난해 EU가 이 회사를 반독점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가스 값을 올리겠다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EU 측은 가스관이 완공되면 매해 100억㎥의 천연가스가 운송돼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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